[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완성차 5사의 2월 내수판매가 모두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데다 수요 감소가 동시에 발생한 탓이다. 조업 가능일수는 지난해 보다 많았지만 부품수급의 문제로 공장가동이 중단되며 실제 공장이 운영된 것은 지난해보다 적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2월 내수 판매실적은 총 8만1722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7% 감소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18.0% 줄었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있었던 관계로 2월 영업일수가 지난해보다 사흘 이상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품수급의 차질로 공장이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완성차업계의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경우 2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6.4% 감소한 3만929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대부분의 차종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이중 아반떼, 싼타페 등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수요가 많은 팰리세이드도 생산차질로 판매가 줄었다.
최고 인기 차종인 신형 그랜저IG도 구형이 팔리던 지난해 2월 대비 판매가 2.2% 감소한 7550대에 그쳤다. 이달부터 판매가 본격화된 제네시스 GV80은 세 자릿수 판매량(1176대)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없었다면 더 많은 판매기록도 가능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2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내공장 총 생산 손실은 약 8만대 수준이며 향후 최대한 만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기 모델들이 즐비한 기아차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2월 국내 판매실적은 2만868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7%나 줄었다.
인기 차종인 K5(4349대)와 K7(2851대)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6.0%, 28.1% 증가했으나 다른 차종들은 부진했다. K5와 K7 역시 한창 인기를 끌던 1월에 비해서는 각각 46.0%, 27.6% 줄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기아차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국내공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기아차는 향후 특근 및 가동률 상향을 통해 1분기 내 어느 정도 만회하고 상반기 내로 대부분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완성차 5사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2월 내수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2.7% 감소한 5100대에 그쳤다. 풀체인지 이전 모델과 비교한 코란도(1123대, 352.8%↑)를 제외한 모든 차종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줄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9일간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 바 있으며 그 여파가 판매실적에 반영됐다.
한국지엠은 완성차 5사 중에서는 그나마 판매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한 4978대의 판매실적을 2월 내수 시장에서 올렸다. 대부분의 차종이 두 자릿수 판매 감소를 보였지만 지난달 출시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608대 판매되면서 감소폭을 완화해줬다.
회사 측은 트레일블레이저가 2월에는 짧은 판매일수와 생산차질, 수출물량 병행생산 등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신차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며 3월 이후에는 본격적인 판매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도 2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5.4% 감소한 3673대를 파는 데 그쳤다. SM3, SM5, SM7 등 노후 차종들이 단종된 데다, 주력 차종 중 하나인 SM6도 31.1%나 판매가 줄었다.
그나마 QM6가 LPG 모델 인기에 힘입어 15.0% 증가한 2622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게 위안이다. 더욱이 9일 새롭게 등장하는 XM3로 이번 달부터 조금씩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완성차 업계에서는 3월에 반등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또 정부가 지난해 말 종료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면서 국산차 가격이 최대 143만원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파격적인 조건이 형성됐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개소세 인하를 확정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차량 판매 가격을 낮췄다. 정부는 3월부터 6월까지 승용차 구매 시 100만원 한도 내에서 개소세를 5%에서 1.5%로 70%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소세 최대 100만원, 교육세 30만원(개소세의 30%), 부가가치세 13만원(개소세·교육세 합산액의 10%) 등을 모두 더하면 가격 인하 효과는 최대 143만원에 달한다.
이런 정부의 개소세 인하와 함께 각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모션이 더해지며 높은 폭의 할인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런 효과는 신차효과와 함께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객수요가 몰린다고 해도 아직 부품수급이 원활한 상황이 아니어 당장은 생산물량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부품사 공장가동률이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와 할인효과를 더해 국내 소비가 촉진되어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보장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3월 실적이 비약적인 신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차츰 시장 상황이 좋아지긴 하겠지만 3월 완벽한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