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할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영국 등 주요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선제적 조치를 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어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한은도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을 인식하고 금통위원 간 협의 중에 있다.
무엇보다 3월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급회의를 열어 0.5%포인트 파격인하를 단행한 직후 시장에선 한은도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연준의 금리인하 등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인하의 가능성만 열어뒀을 뿐 임시 금통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각)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1.50~1.70에서 1.00~1.25%로 연 0.5%포인트 파격 인하했다. 이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FOMC에 앞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으로, 통상 0.25%씩 금리를 내리는 소위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을 깨고 ‘0.5%포인트(빅컷)’로 금리를 인하했다는데 시장에선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로 받아들였다. 0.5%포인트 인하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대 폭이다.
연준의 인하에 캐나다, 호주, 영국 중앙은행도 곧바로 화답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날 호주중앙은행(RBA)이 역대 최저 수준인 0.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이어 영국중앙은행과(BOE) 캐나다중앙은행(BOC)이 긴급회의를 열어 연이어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주요국의 파격적인 금리인하 러시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 한은은 “현재 금통위원들간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전날 오전 기자단 공지를 통해 “어제도 금통위 본회의가 끝난 후 금통위원들이 협의회를 갖고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을 포함해 한국은행의 정책방향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금통위원들 간에 협의가 진행중이라는 의미는 현 시각 협의회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제 협의회를 시작으로 논의 중에 있다는 의미”라며 “개최 여부의 최종 결정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에 대해선 최종 결정될 경우 이를 공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한은의 임시 금통위 개최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 총재가 같은날 열린 긴급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가운데 이 자리에서 여러 측면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3월 임시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대응이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코로나19 파급력을 지켜보며 다음 달 예정돼 있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