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채굴 장면 [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OPEC+러시아 '가격동맹' 와해 직후 석유시장은 걸프전 당시인 지난 1991년 이후 최대 유가 폭락을 경험했다.
단기적으로 배럴당 30달러 하회 위험이 커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주 초반 한때 배럴당 27.34달러까지 급락했다.
주요 에너지 기관들은 전 세계 석유시장 ‘공급과잉’확대를 경고하고 나섰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와중에 주요 산유국들이 가격 경쟁(‘치킨 게임’)을 벌이면서 시장이 더욱 불안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채굴원가가 높은 산유국들의 공급 축소 여부가 주목된다.
3대 산유국 중 채굴원가가 가장 높은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 감소세는 자금조달 난항(회사채 스프레드 상승), 투자 위축 등을 통해 약 6개월 시차를 두고 발생할 것을 전망된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도 내심, 가뜩이나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미국의 석유업계 '고사'를 염두에 두고 가격 전쟁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많다.
생산원가가 낮은 사우디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성수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함에도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는 사우디의 의도는 '충격요법'을 통한 러시아의 감산 협상테이블 복귀 유도와 유가 방어 책임감 분산, 그리고 미국 셰일업체 견제"라고 분석했다.
또 "높은 석유산업 의존도(정부세입 석유부문 비중 사우디 67.5%, 러시아 39.3%)와 재정균형 달성을 위한 손익분기점(사우디 86.5 달러, 러시아 42.4 달러) 등, 전반적인 '저 유가 상황 속 내성'은 러시아 대비 열위한 모습"이라며 "자체 정부 예산으로 재정정책 추진이 가능한 러시아보다 '비상 시 방어능력'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