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경제에 미칠 충격이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30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당장 31일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마련된 600억달러 가운데 120억달러를 1차로 시중에 푼다.
이번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금융위기 당시 체결된 통화스와프 한도는 300억달러로, 5차례 입찰을 통해 총 164억원이 시중에 풀렸다. 1차공급액은 40억달러였다. 이번 통화스와프 규모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두 배로 늘었고, 1차공급액은 세 배다.
이와 함께 한은은 6월까지 매주 한차례 한도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RP매매 대상기관에 증권회사 11곳을 추가하고, 대상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늘렸다.
한은은 7월 이후에 대해 그동안에 입찰결과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연장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발표된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 지원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실시되지 않았던 조치다. 그만큼 과거보다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클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다음 달부터 회사채‧단기자금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회사채, 기업어음(CP) 차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차환은 기존에 발행한 채권을 만기에 새로 발행한 채권으로 갚은 것인데, 코로나19사태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을 이들 금융기관이 직접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규모는 총 3조9000억원(산은 3조4000억원, 기업은행 5000억원)이다.
산은은 이와 별도로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코로나19으로 인해 일시적인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의 CP를 매입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에 따라 4월부터 CP매입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함으로써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의 CP매입 지원에 나선다.
20조원 규모로 마련된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대상은 회사채, 우량기업 CP, 금융채 등이며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실제 돈을 내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영된다. 1차 캐피털 콜은 출자 금융회사의 유동성 등을 고려해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시중은행은 4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연 1.5%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을 내줄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임대업과 향락‧유흥업종은 대상에서 제외 되며,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은 기업은행 또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