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오는 19일까지 2주간 연장됐다.
아직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일에는 ‘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질 예정이다. 학생들의 실제 등교는 4월말께나 조심스럽게 시작될 전망이고, 상당수 대학들은 1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잔뜩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전례 없는 ‘이상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가 남들 얘기인 곳도 있다. 바로 병마와 싸우는 최일선 현장인 병원이 그렇다.
병원에는 기존 입원 환자들은 물론, 코로나19와 무관한 일반 외래 환자들도 무수히 드나들어야 한다. ‘집단 감염’ 위험도 그렇고,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의사와 환자가 반드시 얼굴을 맞대고 진료와 상담을 하도록 돼 있는 현행 의료제도가 있다.
전화나 온라인 등을 통한 ‘원격진료’가 불허되고 있기 때문.
특히 ‘약만 타가면 되는’ 경증 만성질환자들이 문제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혹은 간질환 등 만성질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단지 약만 타기 위해 병원에 가야하는 사람들이다.
지난달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병원에 가도 의례 혈압과 혈당을 재고, 의사와 형식적 상담만으로 1~2분이면 진료가 끝난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지구촌이 전쟁 상태지만, 현실은 이런 환자들도 꼭 병원에 가서 의사와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 원격진료 허용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쟁점이 돼 왔다. 정부가 서비스업 활성화를 추진하려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의료서비스의 선진화이고, 그 출발점 중 하나가 원격진료였다.
낙도와 오지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증진이 그 1차 명분이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원격진료 허용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던 것은 ‘좌파’ 노동·사회단체들이었다. 이들은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해괴한 논리로, 의료제도 개혁에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이 ‘걸림돌’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들의 이익단체가 문제다.
의협은 최근에도 정부의 원격진료 허용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그들의 반대 논리는 진료가 불충분하게 이뤄지기 쉽고, 현행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밥그릇 챙기기’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원격의료 등 의료서비스 개혁과 선진 시스템이 보급되면, 영세 동네 병원들이 다 망한다는 것.
그들의 우려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미 세상의 ‘대세’는 그렇게 가고 있다. 코로나19가 그런 변화를 앞당겼다.
실제 현재 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코로나19 자가진단(자가격리자 용 포함) 애플리케이션은 위험지역 방문 이력, 발열 여부, 인후통 발현 여부 등을 체크하고, 이상 증상 시 전문가와 원격 상담을 하고 있어, 사실상 현재 미국과 중국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격진료 서비스와 유사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원격진료와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미국의 텔라닥과 헬스 캐탈리스트, 리봉고 헬스 및 바이오 텔레메트리, 중국 알리바바 헬스케어와 평안굿닥터, 일본 M3 등이 그 선봉에 서 있다.
기존 의료데이터 및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메디컬 플랫폼 기업들이 모바일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원격진료 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신흥 전문기업들은 웨어러블 등 AI 진단기기를 활용,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데이터를 축적, 의료리서치 등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더 이상 원격진료 등 의료서비스 개혁에 반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낡은 규제와 시스템에만 연연해 있다가는, 우리만 세계시장에서 낙후되고 도태되고 만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