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고급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공장들이 코로나19로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수입차의 공급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수출물량의 감소로 인한 감산을 제네시스 물량으로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내 고급차 시장이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로 점철된 고급차 시장이 물량공급 차질로 인해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형 프리미엄'을 앞세운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신차 출시와 내수물량 확대를 추진하며 고급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 2018년 16.7%를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내림세를 지속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잇따른 독일 차들의 사건사고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의 주요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물량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제네시스는 잇따른 신차 출시 효과를 앞세워 내수공급 물량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최근 해외시장 위축으로 수출용 자동차의 감산을 결정한 바 있다. 현지 딜러망 자체가 셧다운된 만큼 재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지난 13일부터 오는 17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총선이었던 15일을 제외하고 조업일수 기준 나흘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춘다. 울산5공장 투싼 라인은 미국을 비롯해 일부 중동 수출물량까지 책임지는 수출 주력 공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아차 역시 소하리 1, 2공장과 광주 2공장의 수출물량을 조정할 예정이다. 기간은 오는 23~29일 사이다. 이처럼 수출 주력공장은 휴업에 나섰지만 내수 판매물량을 책임지는 일부 공장은 시간이 모자라 휴일 특근까지 추진 중이다.
현대차 인기모델 팰리세이드(내수)와 신형 아반떼, 그랜저(충남 아산공장) 등은 국내시장 판매 호조로 주문이 쌓여 휴일 특근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고급차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GV80에 이어 주력 모델인 G80 내수 주문이 크게 밀려 6개월 안팎의 대기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수출물량 감산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및 내수 고급차 시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물량 조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출모델과 내수 비인기 차종의 생산을 줄이되 상대적으로 마진이 크고 주문이 밀린 내수 고급차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기도 하다.
월 4000대 생산이 가능한 제네시스 GV80은 현재 계약물량만 2만4000대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지금 계약해도 6개월 안에 차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럭셔리 SUV의 시작 제네시스 GV80. /사진=미디어펜
현재 제네시스 GV80은 현대차 수출형 팰리세이드와 함께 울산 2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팰리세이드 수출물량을 줄이되 현재 내수에만 팔리는 제네시스 GV80 생산은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제네시스의 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현대차 전체 내수판매(7만2180대) 가운데 승용차(세단·SUV) 비중은 72% 수준인 5만1386대였다. 이 가운데 제네시스가 총 6203대 팔리면서 전체 현대차(승용기준) 가운데 12%를 차지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4월에는 현대차 가운데 제네시스 판매 비중이 18% 수준에 달하고 하반기 소형SUV인 GV70이 추가되면 점유율은 23~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수입차들의 공급차질로 제네시스는 신차효과와 내수물량 확대로 맞서며 고급차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 인기 차종 생산에 집중하는 등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며 "신차효과와 내수물량 확대 효과를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가 높은 제품이 물량확보가 되면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며 "물량조절을 통해 밀린 수요를 해소하면 시장에서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