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위니아대우가 법원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상대로 '대우' 브랜드의 해외 상표권 사용 계약을 제3자와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대우는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위니아대우가 아닌 다른 기업과 '대우' 브랜드의 해외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위니아대우는 가처분 신청서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오는 6월 만기인 상표권 사용계약을 일방적으로 갱신하지 않고 종료할 것을 선언함에 따라 위니아대우가 지금까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해온 3700억원을 모두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의 대우 상표권은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공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대우 브랜드 상표권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단독으로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위니아대우는 해외에서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상표 사용료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게 지급하고 있다.
위니아대우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위니아대우에게 기존 계약 대비 최소 보장되는 상표 사용료를 상당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 등을 재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 재계약 희망 여부를 빠르게 답변해달라는 조건도 붙였다.
적자 행보를 걷고 있는 위니아대우는 매년 30억원 상당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31일 계약 종료 6개월을 앞두고 "상표권 사용 계약의 연장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위니아대우에게 계약갱신 불가를 통보한 후 위니아대우의 경쟁업체인 영국의 한 회사에 상표권 사용 계약의 체결을 제안했다. 영국뿐 아니라 중국 업체 등 여러 업체와 접촉하면서 상표권 사용 계약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상표권 사용 계약을 둘러싸고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위니아대우는 지난 2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상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 브랜드의 해외 상표권 사용 계약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10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장을 접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우 브랜드를 둘러싼 권리관계가 대우그룹의 해체 등으로 복잡하게 꼬이면서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니아대우의 전신인 '대우전자'는 대우그룹 시절 지난 1984년부터 해외 여러 국가에서 대우전자 명의로 상표권을 출원 및 등록했다.
하지만 1987년 대우그룹은 '대우' 브랜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해외에서의 대우 브랜드 상표권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주식회사 대우' 명의로 이전한다. 이때 양사는 같은 그룹사였기 때문에 상표권 이전 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실제 대우전자는 1988년부터 1998년까지 해외 대우 상표권 관리 비용을 분담하기도 했다.
상표권 문제는 1999년 대우그룹이 경영위기로 계열 분리되면서 발생했다. 주식회사 대우는 대우전자에 상표권 사용 중지를 요청했고 당시 공동채권단은 해외 비즈니스에 강점을 가진 대우전자를 위해 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계속 사용할 것을 주문해 대우전자는 채권단 결정에 따랐다.
대우전자와 대우전자를 인수했던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대우 등의 기업은 1차 상표사용계약 시점인 2003년부터 2018년까지 356억원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지급해왔다. 최근 계약인 2010년 계약시점부터는 10년여간 250억원을 사용료로 지불했다. 이 기간 대우전자 관련사의 누적 영업적자는 544억원에 달했다.
위니아대우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향상돼 다시금 '세계경영 대우'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해외 공장 및 유통망 셧다운 등으로 임금삭감, 무급휴가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표권 장사에 여념이 없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멀어 대우라는 국가적 브랜드를 외국기업에 팔아 넘기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대우라는 국가적 브랜드를 외국에 팔려는 것이 절대 아니며 대우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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