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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무용론 재점화…현대차 노조 "손떼라"

2020-04-23 14:20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광주형 일자리가 노동계의 협약 파기로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생산능력 과잉이 예상되면서 사업 철회가 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완성차. /사진=미디어펜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붐'이 한창이던 2014년을 피크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며, 공급과잉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설비를 증설할 경우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국내 완성차 5사의 국내 공장 연간 생산능력은 총 460만대다. 가장 많은 177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74만대를 판매하고 104만대를 수출해 설비를 100% 가동했지만 나머지 4사는 10만대 이상씩 생산능력 과잉이 발생했다.

연간 158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내수 52만대, 수출 90만대로 16만대의 생산능력 과잉을 보였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6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지엠은 지난해(내수 11만대·수출 34만대) 20만대의 생산능력이 과잉이었다. 특히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설계상 연간 27만대를 생산할 수 있었던 군산공장을 폐쇄하고도 지난해 20만대의 설비가 남아돌았다.

르노삼성도 연간 30만대의 부산공장(내수 8만대·수출 9만대) 생산능력으로 지난해 13만대 규모가 잉여로 남았다. 같은 규모의 쌍용차도 평택공장(내수 9만대·수출 3만대)도 18만대 이상의 설비 과잉이 발생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의 전체 생산능력 과잉은 66만대인 것이다. 

표준형 자동차 공장 2개 규모에 해당되는 수준의 과잉이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로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추가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더 많은 공급과잉일 예상되고 있다. 내수는 정부의 개별소비세인하 정책에 힘입어 전년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최대시장인 글로벌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 

세계 3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유럽이 모두 경기 침체에 빠졌고 자동차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완성차 5사의 3월 수출량도 일제히 하락했다.

자동차는 고가의 내구재인 만큼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몰아친 이후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가 연내 종식되더라도 한동안 파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연간 10만대 규모의 '광주형 일자리' 공장까지 가동된다면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 과잉이 10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 요구대로 노동이사제 등을 도입해 노동계가 경영에 간섭하고 고임금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면 정부와 지자체, 기업 모두에게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광주형 일자리는 당초 기존 자동차 공장의 반값임금으로 1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광주시는 근로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해 임금 부족분을 만회해주며 현대차가 10만대 규모의 경형SUV 생산을 위탁해 일감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와 산업 침체로 '반값임금'과 '일감 제공'이라는 두 가지 핵심 전제가 흔들리게 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자동차 공장 증설 투자를 한 게 2012년 기아차 광주공장이었는데, 당시 SUV 붐이 불 것을 대비한 포석이었다"며 "하지만 2014년을 피크로 그 이듬해부터 국내 자동차 산업이 부진해졌고 국내에 추가 공장 증설은 무리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보편적 인식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냉정하게 경차도 안 팔리는 상황인데 새로운 경차 공장을 지어서 판로가 나오기 힘들다"며 "지속 가능한 모델로 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도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이 사안에 대해 한국노총과 노선을 달리해 왔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1일 소식지를 통해 "이참에 현대차는 투자 계획을 거두는 게 낫다"면서 "해외 공장들이 잇따라 셧다운에 들어가고 신용평가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공고하고 있는 마당에 엉뚱한 곳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의 공정률이 8%정도고, 현대차의 신설 법인 투자 지분도 19%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되더라도 현대차의 손해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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