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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제약사' 광동제약, 본업은 뒷전

2020-05-03 13:56 | 김견희 기자 | peki@mediapen.com

광동제약 본사 사옥 전경./사진=광동제약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광동제약이 지난해 매출 1조1802억원을 기록하면서 4년 연속 1조 클럽을 유지하고 있으나 의약품 사업 부문이 21%에 불과해 본업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 사업 부문은 크게 약국, 병원, 유통, 생수, 기타(식품첨가물 제조 등)의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제약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약국과 병원영업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 사업부문 중 21%에 불과하다. 유통 채널에도 공급되는 건강드링크 비타500을 제외하면 의약품 비중은 19%까지 떨어진다. 

반면 유통 부문은 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기타 사업 부문 25.3%를 제외한 비중으로 이 중에서도 생수 사업은 28%에 달한다. 대부분 매출이 물 배로 채우는 식이다.

유통 부문은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3년부터 비약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최 부회장은 선임된 해에 삼다수 생수 사업을 본격 시작했으며 최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2015년에는 코리아이플랫폼(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비의약품 부문을 더욱 넓혔다. 이후 몸집은 커졌으나 제약사로서의 정체성은 잃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의 매출은 늘었지만 저조한 수익성은 최 부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다. 불어나는 몸집과 달리 영업이익율은 매년 감소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조 클럽에 발 디딘 지난 2016년 이익률은 직전년인 2015년 보다 1.11%p 하락한 4.19%로 나타났다. 이듬해에는 3%대까지 하락했으며 2018년에는 2.7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록 지난해 3.54%로 소폭 상승했지만, 대폭 개선된 정도는 아니다. 

광동제약은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도 어려워 보인다. 최 부회장은 전문의약품 부문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나 보유 파이프라인 대부분은 개발이 완료됐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이 지난해 보고서에서 공개한 파이프라인은 치매 천연물신약 'KD501 ', 비만치료제 신약 'KD101', 비타민D 결핍 치료제 KDBON-302, 여성 성욕 저하 치료제 'KD-BMT-301' 등 총 4가지다. 

KD501은 현재 제품 개발이 보류됐으며 KD101는 연구과제가 이미 끝난 약물이다. 또 KD-BMT-301는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3상 신청했으나 아직 승인 받지 못한 상태다. 합성신약인 KD101만이 유일하게 개발 중인 약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마저도 외부 위탁 개발이다. 사실상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전무한 셈이다. 

판매하고 있는 의약품 상당수도 위탁개발(OEM) 형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집계되는 광동제약의 임상시험(신약, 개량신약)의 건수는 2016년 이후 1상 단 2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생동시험(복제약) 건수는 43건에 달하며 허가받은 전문의약품은 총 14개다. 즉 대부분의 의약품이 자체 개발 보다 위탁 개발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연구개발(R&D)의 기능이 쇠퇴했다고 볼 수 있다. 

제약사인데 R&D 투자율도 1% 미만이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1802원 가운데 0.8%에 해당하는 9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상위 10대 제약사의 R&D 비중이 10% 이상임을 감안하면 광동제약의 R&D 투자율은 최하위권이다. 

반면 광고선전비는 많은 금액을 들인다. 지난해 판관비는 2168억원으로 R&D 투자비의 23배다. 판관비 대부분이 다양한 유통 제품에 대한 광고·마케팅 비용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광동제약은 간판만 제약사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요소들이 다수다. 쌍화탕, 우황청심원 등 한방의약품으로 명성을 쌓아온 광동제약이 R&D 역량을 키워 제약사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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