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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시장 침체에 국내 증권사 ‘스팩 쌓기’ 열중

2020-05-13 11:43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기업공개(IPO) 시장의 부진이 극심해진 가운데 직상장보다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한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증권사들 또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스팩상장 주관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IPO 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4월 새로 상장한 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유일하게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던 센코어테크조차 공모를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스팩을 통한 상장 방식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자금조달 등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스팩 상장은 공모로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해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기업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팩 상장을 할 경우 기업은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상장주관을 하는 증권사 역시 실적 면에서 그야말로 ‘스펙’을 쌓을 수 있다. 

지난 11일 치과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덴티스는 하나금융9호스팩과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올해만 11번째 스팩 상장예고 공시였다. 이미 스팩 합병을 마친 네온테크, 지엔원에너지 등과 합병을 추진 중인 여수새고막, 아이비김영, 윈텍 등을 포함하면 11곳이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한 해를 통틀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이 11개사였음을 감안하면, 올해는 작년의 2배 이상의 스팩 합병 상장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진 증시 불확실성이 스팩 상장의 ‘흥행’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직상장을 할 경우 수요예측 진행과정에서 공모 규모가 지나치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팩 합병 상장의 경우는 합병 비율을 통해 기업 가치와 자금조달 규모를 확정지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상장 후 3년 내에 스팩 합병에 실패할 경우 공모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연 2%대 이자를 돌려주는 것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최근 현대차증권은 무려 5년 만에 스팩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지난 7일 에이치엠씨아이비제4호와 에이치엠씨아이비제5호 등 2개의 스팩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거래소에 청구했다. 

심지어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대우5호)와 하나금융투자(하나금융16호) 같은 대형사들도 스팩 상장 예비심사 청구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증권도 3호 스팩과 라인 가정용 가구 판매업체 오하임아이엔티의 합병을 주관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텃밭으로 손꼽히던 스팩 상장시장에 대형 증권사들까지 가세한 모습은 최근의 변화된 상황을 잘 알려준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스팩 합병 상장의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면서 “증권사들에 대한 당국의 규제사슬이 조여오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분간 스팩 상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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