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0.2%로 대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높아 역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고,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3.9% 성장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기저효과 감안 시 잠재성장경로에 도달 못할 것으로 봤다.
KDI는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0.2%)와 하반기(0.5%)를 거쳐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 지난해 11월에 전망했던 2.3%보다 2.1%포인트 낮춰잡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역성장할 가능성도 유사한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정규철 실장은 또 내년 성장률을 3.9%로 제시하면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 잠재 성장 경로(2.4%로 추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파산과 가계파산, 실업 등이 발생하면 코로나19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며 "금융정책, 유동성 공급,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실제로 0.2% 성장한다면,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셈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보다 더 심한 침체를 겪는 것이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1.2%)과 골드만삭스(-0.7%), 한국금융연구원(-0.5%)보다는 높지만, 현대경제연구원(0.3%)보다는 낮은 것이다.
이날 함께 내놓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경로 전망'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KDI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내년에나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조기에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상으로는 1.1%까지 반등하는 'V자형' 회복을 예상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민간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특히 수출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주요국의 봉쇄 조치로 급격하게 위축, 성장세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은 올해 15.9%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보면서, 작년(-10.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4.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수출물량 축소에도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작년(600억 달러 흑자)과 유사한 594억 달러 경상 흑자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증가로 흑자폭이 409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접촉 기피로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상반기 4% 급감하는 등 올해 2% 감소했다가, 내년에는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며, 당분간 국가 간 이동제한이 지속하면서 국외소비는 내년까지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에도 불구, 코로나19의 충격이 반영되면서 0.9%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내년에는 증가폭이 7.9%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건설투자도 사회기반시설(SOC)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1.4%, 내년에는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 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와 같은 0.4% 상승에 그칠 것이며, 실업률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3.8%)보다 소폭 높은 3.9%를, 내년에는 4.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증가폭은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 충격을 정부 정책이 부분적으로 보완하면서, 올해 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 20만명 초반 수준으로 내다봤던 이전 전망에서 대폭 낮췄다.
KDI는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지원과 거시경제 안정, 경제시스템 보호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정책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연내 추가 재정지출이 필요할 경우 한시적이고 가역적인 성격의 지출을 중심으로 편성하고,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지출 충당을 위한 재정수입 확보방안을 병행, 본예산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 하방압력에 대응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0%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으로 최대한 인하한 후,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KDI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한 한시적 정책이 생산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코로나19 이후 부각될 신성장산업으로 자원이 원활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경제 구조의 유연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