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등 '자아비판'과 변화 모색에 한창이다. '중도층' 외연 확장과 슈퍼여당과의 협치를 도모하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다. 반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엔 회의 섞인 우려도 나온다.
통합당 당선자들은 22일 '당선자 워크숍' 토론 결과에 대한 결의문을 발표하며 "이제까지의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을 선언하려 한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21일부터 연 이틀간 21대 총선 분석 및 평가, 지도체제 구성, 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혁신방안 등 당의 진로를 논의하며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당선자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워크숍 당시에도 당선자들 사이에서 "한마디로 삽질한 것", "가르치려 든다" 등 신랄한 자아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한 "극우세력과 단절해 진정한 보수",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보수" 등 중도층을 잡기 위한 방법론 제안도 이어졌다.
▲ 통합당 당선자들이 22일 당선자 워크숍 토론 결과를 발표하며 '과거와의 결별'을 결의하는 등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사진=미래통합당
통합당이 당선자 워크숍에 초청한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자리에서 "우파 진영의 핵심 가치인 반공과 안보, 성장 등에서 벗어나야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기본소득제' 노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원내지도부도 당의 지향 가치와 이미지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모색하며 그에 따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통합당에서 당대표급 인사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유승민 의원, 초선 당선자들은 지난 17~18일 이틀간 광주에서 열린 5.18 40주기 기념식에도 참석해 각종 매체로부터 '달라진 통합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통합당의 일련의 전향적 자세는 자칫 거대여당의 의석수에 압도당한 '패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성론'이 자칫 보수 정당으로서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고 '기회주의'로 유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1대 개원 전부터 섣부른 '투항주의'적 행보를 보이다가는 상임위원회 원 구성 등 대여 투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통합당 당선자들은 21~22일 이틀간 워크숍을 갖고 총선 패인과 혁신 방안 등 당의 진로를 모색했다./사진=미래통합당
중진 대열에 합류한 한 통합당 의원은 '미디어펜'에 "반성과 자성도 좋은데 잘못된 패배주의와 기회주의로 흐르면 보수가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 당당함을 잃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의원은 "자칫 분열상으로 비춰질까봐 참고 있지만 보수 스스로의 영역을 부정하고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수 원칙을 충분히 지키고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보수 영역을 확장'해야지 무조건 좌클릭하려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통합당을 있게 하는 핵심 지지층을 '극우'로 매도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라며 "반성과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 품격 있는 보수는 공감하지만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다소 거칠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까지 극우로 매도하며 자기부정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4선 고지에 오른 서병수 당선자도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야당은 본래가 '반대하는' 정당이다. 그래서 '들 야(野)'자를 쓴다. 영어로도 야당은 'The Opposition Party'"라며 "국민께서 통합당을 외면한 것은 반대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반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당선자는 "'제대로 반대하는 야당'부터 만드는 게 '일하는 국회'의 첫 걸음"이라고 '야성'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여당과의 협력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통합당에 당장 '대여 투쟁력'을 주문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2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통합당은 내년 4월7일 재보선까지 비대위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사진=미래통합당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에 "국민들이 180석으로 만들어준 여당에 일일이 반대하는 모습만 보이면 국민은 민심에 어긋나는 정치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올해까지는 총선 민심에 발목잡는 자세보다 내부 정비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소장은 "쇄신과 내부 정비가 선행 돼야 패배주의도 극복할 수 있다"며 "이 과정 없이 외부투쟁만 집중하면 또 다른 '황교안 재판(再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통합당의 '야성' 회복에는 초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중진의 '물갈이'로 인한 '노련한 경험' 결핍은 수적 열세에 놓인 통합당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당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초선이 '전투력'을 무장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곽상도 의원은 '미디어펜'에 "초선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와 열정으로 같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초선 신분으로 대여 투쟁에 앞장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당내 '윤미향 태크스포스(TF)' 위원장도 맡고 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