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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무리하게 밀어붙인 농협은행 ‘시리즈 펀드’ 제재 보류

2020-05-25 11:38 | 이동은 기자 | deun_lee@naver.com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농협은행이 판매한 ‘시리즈펀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공시의무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이 또 한번 연기됐다. 여기에 처벌 조항의 법적 근거가 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이 개정되면서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징계를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일 세 번째로 농협은행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혐의에 관한 제재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농협은행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펀드를 주문한 후 이를 투자자 49명 이하 사모펀드로 쪼개서 ‘시리즈 펀드’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들이 더 강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농협은행이 이러한 규제들을 피하기 위해 시리즈 펀드로 쪼개서 팔았다고 판단해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당국이 적용한 법은 ‘미래에셋방지법(자본시장법 제 119조 제8항)’으로, 같은 증권을 두 개 이상으로 나눠 발행할 경우 이를 동일한 증권으로 판단하고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 공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공모펀드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는 발행인인 운용사에 있다. 이에 해당 시리즈 펀드를 발행한 아람자산운용과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등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더 나아가 농협은행이 투자대상과 거래조건 등을 결정하는 등 사모펀드를 주도한 ‘주선인’이라 판단하고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농협은행에 대한 제재안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증선위에서 논의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자문을 구한 자본조사심의위원회와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이 사안을 두고 판매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농협은행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증선위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셋방지법 근거가 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신고에 대한 기준이 개정되면서 농협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무리한 제재에 나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EC는 지난 3월 “늘어나는 시장 수요를 만족시키고 증권사의 자금 모집 과정을 효율적·효과적으로 바꾸기 위해 증권사의 자금 모집 기준을 완화한다”며 증권의 거래통합기준을 기존 6개월에서 30일로 축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자본조사심의위원회와 법령해석위원회에서 현행법상 판매사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에도 증선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근거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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