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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채란 없다"…'전시 재정'에 마르는 곳간 결국 국민부담

2020-05-27 15:03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전시 재정' 언급 이후 재정투입을 위한 경기 부양책이 고삐풀린 듯한다. 국가채무비율이 치솟는 것에 대한 우려를 청와대와 여당은 '좋은 채무론'으로 입막음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돈풀기가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서 국채 발행을 옹호하며 '좋은 부채론'을 설파하고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인식과 현실은 괴리가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재정 지출을 늘려서 명목 성장률을 높이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포함한 재정 건전성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는 초수퍼 예산안에 이어 1차, 2차 추경에 이어 3차 추경까지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등장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나친 팽창 예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라 곳간이 비어 가는데도 무차별 현금 살포 등 브레이크 없는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다.  

27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는 11년 만에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한국의 GDP가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에 12위에서 14위로 떨어진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가 재정투입으로 GDP를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의 한계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시 재정' 언급 이후 재정투입을 위한 경기 부양책이 고삐풀린 듯한다. 국가채무비율이 치솟는 것에 대한 우려를 청와대와 여당은 '좋은 채무론'으로 입막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좋은 채무'란 결코 없다. 빚과 빚쟁이의 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사진=청와대


한국은 2009~2012년 13위, 2013년 12위, 2014년 11위, 2015~2017년 10위, 2018년 8위를 보였다. 2019년에는 캐나다 8위, 러시아 9위에 밀려 10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성장률은 OECD가 조사한 47개국 중 세 번째로 낮은 1.4%를 기록했다. 

명목 GDP란 한 나라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가격(당해 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돼 물가상승분이 반영된다. 생산량 변동만을 반영하는 실질 GDP가 경제 성장 속도를 보여준다면 명목 GDP는 가격 변동까지 반영해 한 나라 경제의 크기를 나타낸다. 결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투입의 효과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재정지출 확대 성공 사례도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퍼예산을 편성했다. 전년보다 10.6%가 증가한 수퍼 예산을 편성해 GDP 9.7% 증가의 효과를 봤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3.7% 팽창예산으로 경제성장률 5.5%를 이끌어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8년 정부 지출은 7.1% 늘어났지만 GDP는 3.1%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GDP는 1.1%만 늘었지만 지출은 9.6% 증가했다. 정부의 지출은 늘어났지만 생산성을 견인하지 못한 소모성 지출만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쓴 돈보다 경제성장 효과가 더 커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로 거슬러 가보자. 문 대표는 정부가 제출한 이듬해 예산안에 대해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전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국내총생산 대비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40%의 근거가 뭐냐"고 말을 바꿨다.

1,2차 추경에 이어 30조원 규모 3차 추경이 이뤄진다면 올해지출은 작년보다 18%가 는다. 유래가 없다. 한 해 동안 국가채무가 120조 원 가량 증가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말 정부·가계·기업 부문을 합친 한국의 총부채는 4540조원이라 밝혔다. 지난해 총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네 번째였다.

이래서 '좋은 부채론'은 설득력이 없다. 좋은 빚은 재정투입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냈을 때의 얘기다. 지금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도 성장시계는 뒤로 가고 있다. '재정만 퍼부으면 된다'는 미래 없는 근시안적 처방이 환부를 더욱 곪게 만들고 있다. 

원인은 많다. 친노동·반기업정서가 판치는 산업현장이다. 이분법화된 사회적 갈등에 노는 '선', 사는 '악'이다. 정치권의 적폐몰이 방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깊이 패인 갈등의 골은 더욱 공고화됐다. 모든 국민이 아니라 나를 따르는 국민만의 나라다. 진보라는 동색은 성을 쌓아 올린다. 

결론적으로 '좋은 채무'란 결코 없다. 빚과 빚쟁이의 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엄격하고 엄중해야 한다. 좋은 채무에 걸 맞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키워 미래에 빚을 줄이고 갚을 능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기초연금·아동연금·재난지원금이 과연 미래를 약속할까. 혹 지금 미래를 담보로 순간의 파티를 즐기는 건 아닐까.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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