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변탁 생명수한의원장 |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징적인 물집같은 증상이 나타나면서 해당 부위에 통증이 수반된다. 대부분 60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 발병하기도 한다. 1년내내 발생하지만, 특히 일교차가 크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서 가을 무렵에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환자수가 해마다 증가일로, 2012년 한해 57만명이 넘는 환자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증상은 신경근의 지각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에 국한되어 나타난다. 이 부위에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과 감각이상이 4-5일 정도 동반되다가 띠 모양의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수포는 10-14일 동안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로 변하게 되며, 접촉에 의해 물집이 터지면 궤양이 형성될 수도 있다.
보통 2주 정도 지나면 딱지가 생기면서 피부증상이 좋아지지만, 이후에도 해당부위에 대상포진성 신경통이 계속되기도 하는데 이런 통증은 노인환자의 약 30%에서 나타나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피부발진이 나타나기 전 1주여부터 감기 몸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들은 흔히 몸살이 생겼거나 담이 결렸다고 생각해 파스를 붙이는 등 자가치료를 하다가 늦게 병원을 찾기도 한다. 심지어는 병원에서도 단순 근육통으로 오진하기도 한다.
또 증상이 대부분 한쪽으로만 나타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슴이나 옆구리, 얼굴 및 머리, 허리, 엉치뼈 주위에 많이 나타난다. 또한 단순포진과는 달리 재발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며, 전염력도 거의 없다. 혹시 전염이 된다 하더라도 대상포진이 아니라 수두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와는 격려시킬 필요도 있다.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하면 심한 구안와사를 동반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엔 눈 주변에서는 홍채염, 각막염을 일으켜 실명할 수 있고,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 뇌염 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치료는 우선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진통제와 항바이러스제 등을 빨리 투여해야 한다. 최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증상을 100% 방지하는 건 아니다. 젊은 나이일수록 예방효과는 크지만 60대는 60%, 70대는 40%밖엔 되지 않는다. 하지만 통증의 정도는 현저히 줄어든다. 효과는 3-5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대상포진에 대해 수포가 주로 허리, 옆구리에 생기며 붉은 색으로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전요화단(纏腰火丹), 사관창(蛇串瘡), 화대창(火帶瘡) 등으로 불렀다. 초기에는 기체혈어(氣滯血瘀)나 습열(濕熱)로 변증해 침, 부항, 약침, 봉독 등의 방법으로 근육과 신경부위의 울결을 풀어주거나 비장, 폐장의 습열을 제거하는 치료법을 쓴다.
기체를 풀어주려면 진피 오약, 혈어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당귀 작약 천궁같은 한약이 필요하며, 청열해독을 위해서는 황금 황련 황백 용담초 같은 한약재가 필요하다. 처방으로는 용담사간탕, 황련해독탕, 당귀수산, 시경반하탕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으며, 최근들어 스트레스와 과로가 겹친 젊은이들에게도 이 질환이 자주 찾아오는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침이나 약도 필요하다.
기름진 음식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물은 체온을 높여 수포수를 늘리거나 통증을 더욱 심하게 할 수 있으므로, 담백하고 신선한 야채, 과일 위주의 식사가 필요하다. 술과 담배도 금기이다. 아울러 포진 초기에 통증이 심할 때에는 냉찜질팩이 좋고, 수포가 터진 경우엔 감염에 주의하도록 하며, 만성화된 후유증 통증땐 따뜻한 찜질팩이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
나아가서는 대상포진의 가장 큰 원인이 면역력 약화, 즉 기혈부족 및 장부허손에 대해 보충하는 약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초기 급성기를 지난 후 만성적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경우엔 황기나 인삼같은 보기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환자 본인의 체질과 연령, 체력, 면역력, 그리고 병정의 길이에 따라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투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상포진의 예방 및 궁극적 관건은 면역력을 유지하는데 있음을 명심하여,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완화 등 생활에서의 관리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변탁 생명수한의원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