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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사법부 판결 오락가락, 현대차 운명은?

2014-11-05 18:00 |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사법부의 통상임금 판결이 판사별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재판부별로 각기 상이한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의칙 적용여부가 ‘로또재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 일부 강성노조는 결속력 유지를 위해 소송부터 제기하고 있다. 노조차원의 소송 외에 노조원들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부지기수여서 회사측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개별 소송은 파악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분석이다.

통상임금 소송이 혼란스러운 것은 재판부마다 판결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범위와 소급적용 여부, 신의칙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판사마다 이현령 비현령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통상임금관련 가장 큰 이슈는 현대자동차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현대차 노조의 소송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판결내용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 산업계가 메가톤급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노조의 주장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우려된다. 회사가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인건비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노조원별로 과거 수년간 미지급 임금으로만 8000여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원은 4만7000여명. 전체 조합원이 받게 될 추가 임금은 무려 3조원가량 된다.

이 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현대차가 첫해에만 추가부담해야 인건비는 5조3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룹전체적으론 13조원가량 된다. 지난 3년간 소급분과 추가 임금액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으로선 엄청난 부담이다. 과도한 인건비 추가 지출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는 이중, 삼중고를 앓고 있다. 일본정부와 일본차들은 엔저를 무기로 현대차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이 첫 번째 도전과제다. 아베정부는 노골적인 엔저정책으로 도요타 혼다 닛산의 가격경쟁력을 일거에 회복시켜줬다. 일본중앙은행은 최근 추가적인 돈풀기로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을 돕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도요타와 혼다 닛산은 미국과 중국 유럽 동남아 등 전략시장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엔저로 체력이 튼튼해진 일본자동차업체들과 해외시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등에서 자동차가격을 내려 공세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값받기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지 않고 도요타에 맞서고 있다. 도요타 영업이익은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는 엔저역풍과 원화강세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주춤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정부마저 석연치 않은 과장연비 판정을 내려 현대차로선 1억달러 이상 벌금을 내야 한다.

   
▲ 서울중앙지법이 7일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 판결에 대해 노사는 물론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판부가 고정성이 결여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할 경우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추가인건비는 첫해에만 무려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재계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전자및 IT 등 한국 제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있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6월 임단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법무부장관이 민주당과 공화당간에 치열했던 상하원 주지사 선거일(4일)을 앞두고 직접 현대차 과장연비관련 브리핑을 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GM 등 자국자동차업체의 과장연비 벌금에 비해 현대차가 더욱 많은 액수를 부과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 미국정부가 자국자동차산업 보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가 해외시장에서 힘겨운 전투를 치르는 상황에서 대법원마저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할 경우 그 파장은 심각할 것이다. 5조원이상의 인건비 추가부담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한국제조업의 견인차인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현대차 노사문제만이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가격경쟁력과 시장쟁탈전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한국의 최대 수출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일본의 엔저공세를 이겨내고, 선진국의 자국자동차산업 보호와 노골적인 현대차 견제 등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또 한국제조업의 경쟁력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의 판결여하에 따라 대기업들의 한국탈출이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대법원 따로, 하급심 따로의 통상임금 판정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법의 일관성 투명성 안정성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12월 18일 통상임금문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하급심에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여금일지라도 고정성 요건을 갖춰야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최근 1, 2심 판결을 보면 재직자에 한해 지급한 고정성이 없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사법부 판결을 보면 상여금이 지급 기준일 현재 재직 중이거나, 특정 근무일 이상 일할 경우에만 지급되면 고정성이 떨어져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결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법원은 고정성이 없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사법부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예컨대 부산고법의 대우여객 상여금소송(1월 8일), 대법원의 KEC 상여금 소송(2월 13일), 인천지법의 신흥교통 상여금 소송(4월 24일), 대구지법의 (주)마당 상여금 소송(6월13일), 서울남부지법의 한국공항 상여금 소송(8월22일)에선 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이들 법원들은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상여금의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르노삼성차에 대한 소송에선 정반대의 판결을 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부산지법이 르노삼성차에 대한 상여금 소송(10월10일)에선 고정성이 결여돼 있지만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부산지법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은 지급기준일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했지만, 무단 결근 등의 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정기및 명절상여금의 신의칙(信義則) 적용여부도 법원마다 판결이 상이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의칙 요건을 갖출 경우 상여금을 소급적용해서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통상임금을 소급적용할 경우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예컨대 광주지법은 누벨의 상여금 소송(4월23일)과 대법원의 한국GM 상여금소송(5월29일)에서 신의칙을 적용해 소급청구를 제한했다. 즉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지만, 이를 소급적용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판결도 많았다는 점. 서울중앙지법의 고용안정센터 상여금 소송(4월4일), 서울중앙지법의 아시아나항공 상여금 소송(5월29일), 광주지법의 광주도시철도공사 상여금 소송(7월10일), 부산지법의 르노삼성차 상여금 소송(10월 10일)이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아시아나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당기순익을 기록하고, 매출액이 매년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매년 93억원 추가 인건비 지출이 예상되지만, 이는 연간 인건비 6817억원의 1.3%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마다 상여금문제에 대해 오락가락 판결을 하는 것은 노사문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들에게 예상치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지도지침에도 어긋난다. 하급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하면서 통상임금 확인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소송이 자연스레 급증하고 있다.

하급심이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에 대해선 유독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다. 사법부로선 정부나 공기업, 공공기관, 대기업들은 소급적용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국GM에 대해선 대기업이라도 추가 지급액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하급심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를 감안하면 대기업들은 대법원까지 가서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 하급심마다 중구난방식의 판결을 내리면 기업들은 노조의 소송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비용부담과 임금인상 압박이 가중될 것이다.

재계는 지금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이 매출감소및 영업이익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4,000억원, 3분기 1조9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매출부진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나 감소한 것.

대외환경도 최악이다. 미국의 양적완화종료에 따른 달러강세,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정책 등으로 수출여건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에 원-엔환율이 900원대(현 100엔당 970원대)로 떨어지면 수출이 1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법부도 한국경제와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노사문제, 사측에 비해 약자인 노조를 보호한다는 것을 정의로 판단해선 안된다. 노사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은 내수만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다. 물건을 해외로 팔아야 먹고 사는 나라다.

한국과 대기업을 둘러싼 거시경제환경은 갈수록 가혹해지고 있다. 사법부가 글로벌 경영환경을 직시한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 노조의 어려움도 덜어줘야 하지만, 회사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고 세계 경쟁기업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사법부가 돼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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