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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뻔했던' 사과 기자회견, 다음 수순은 키움의 '뻔한' 선수 살리는 결단?

2020-06-24 11:20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강정호(33)가 국내 복귀를 위한 하나의 관문이었던 사과 기자회견을 통과했다. 기자회견 자체야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으니 관문을 넘어서는데 큰 장애는 없었다. 이제 진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강정호에 대한 보류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결단 또는 선택이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강정호는 이 기자회견에서 '사과' 또는 '사죄'라는 말을 수십 번이나 하면서 국내 무대에서 야구선수로 뛸 마지막 기회를 한 번만 달라며 읍소했다.

'뻔했던' 기자회견이었다. 국내 복귀를 선언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을 하고, KBO가 음주운전 관련 징계(자격정지 1년+봉사활동 300시간)를 결정하고, 그리고 강정호가 처음으로 국내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사과'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음주운전을 3차례나 하고 뺑소니 시도까지 했던 것도, 그로 인해 팬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겼던 것도, 법원의 실형을 받았던 당시 직접적인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던 것도, 징계를 감수하고 국내 무대에서 다시 뛰기를 희망한다는 것도 모두 '사과'할 일이었다. 

이제 강정호의 국내 복귀 여부는 키움 히어로즈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선수 시절 강정호. /사진=더팩트 제공



키움 구단 앞에는 3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강정호의 임의탈퇴를 풀어주고 계약을 해 다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히는 것, 임의탈퇴는 풀되 방출해 다른 팀에서 뛸 수 있게 해주는 것, 계속 임의탈퇴로 묶어 국내에서는 더 이상 못 뛰게 하는 것이다.

'뻔했던' 기자회견 만큼이나, 키움의 선택은 '뻔할'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는 기조 하에 '그동안 충분히 반성했고 징계도 받았다. 국가대표팀과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으로 쌓은 공도 있으니 선수 한 명 살리는 차원에서 팀에 복귀시켜 야구로 속죄할 길을 열어주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강정호와 계약하고 팀에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강정호가 국내 복귀를 추진할 때 가장 기대했던 바일 것이다. 강정호와 키움 구단 사이에 복귀 문제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이에 대해서는 강정호와 키움 구단 모두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복귀 마지막 관문인 키움 구단의 '강정호 품기'에는 엄청난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바로 팬들의 강한 복귀 반대 여론이다.

강정호의 사과 기자회견에도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여론은 여전히 국내 복귀 반대가 대세다.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안 자체가 엄중한데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커졌고, 음주운전으로 은퇴를 한 박한이(전 삼성)와 임의탈퇴 처분으로 선수 생활이 중단된 강승호(SK)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고, 강정호가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면 사과를 제대로 했겠느냐는 감정적 거부감까지 큰 상황이다.

키움 구단이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정호를 복귀시킨다면, 현실적으로 그에 따른 확실한 플러스 효과가 보장돼야 한다. 즉,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정도의 타격과 수비 능력을 강정호가 다시 보여줘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강정호와 계약한다 해도, 1년간 자격정지 징계로 내년 후반기에나 뛸 수 있다.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키움 구단이 자체적으로 추가징계(일정 기간 출장정지)라도 더한다면 강정호의 그라운드 복귀는 내후년(2022시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8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됐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공백기 이후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이 방출 이유였다. 이후 강정호는 실전도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징계로 공백기는 더 길어질 것이다. 1987년생인 강정호는 내년이면 만 34세, 내후년이면 35세가 된다. 전성기를 지난 나이에 오랜 기간 실전이나 훈련을 하지 못하고 복귀해 얼마나 기량 발휘를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장 활용할 수도 없는 강정호를 키움 구단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나쁜 선례까지 남기면서 다시 품어줄까. 키움은 쉽지 않은 결정을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내려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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