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디젤게이트 이후 엄격해진 글로벌 환경규제에 따라 완성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미래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전기차는 충전과 이동거리 제한 등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아 '전기차 수요=정부보조금'이라는 공식이 아직 존재한다. 이에 친환경차의 대세는 여전히 하이브리드가 장악하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의 높은 이동거리에 익숙해 있는 소비자들, 특히 디젤차에 익숙해있는 소비자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비와 힘을 여전히 그리워 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신형 K5 하이브리드. /사진=미디어펜
27일 현대·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내시장에서 세단기준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현대차가 1만7863대, 기아차가 6934대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현대차(1만5789대)는 13.1%, 기아차(3418대)는 102.8%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는 세단 전체 모델의 성장률은 현대차가 7.3%, 기아차가 97.2% 성장한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하이브리드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수치의 증가는 새로운 모델 출시에 따른 신차효과도 있겠지만 꾸준히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이브리드는 기존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해 일정 속도에서 전기모터의 힘만, 또 필요에 따라 내연기관에 전기모터의 힘을 더해 차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연비와 출력향상 모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더욱이 별도의 충전 없이 내연기관의 잔여에너지와 제동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통해 충전해 주유만으로 이같은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초창기 국내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의 힘이 약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엔진의 개입이 많아 외면을 받은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하이브리드들은 모터의 힘만으로도 언덕을 등반하거나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등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에는 태양광 패널을 차량루프에 장착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방식까지 도입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모터가 구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놨다.
이 같은 기술의 발달로 하이브리드에 가능성을 확인한 완성차 업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디젤수요를 대신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브랜드에서 대표적인 모델은 4세대 쏘렌토였다. 중형SUV로 대형SUV수요까지 폭넓은 타겟층을 노리는 모델임에도 1.6ℓ라는 저배기량의 터보엔진에 전기모터를 적용해 디젤차의 수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친환경차 인증문제로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에 오는 30일 연식변경으로 등장하는 현대차 싼타페에 같은 방식의 하이브리드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현대기아차 뿐만이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도 출시 이후 높은 인기를 끌어왔던 XM3의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배기량을 활용했음에도 부족함 없는 출력을 보여준 차량이지만 디젤의 효율을 따라잡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 프리미엄 디자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사진=미디어펜
XM3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하면 디젤과 비교해 부족함 없는 파워와 연비를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이 하이브리드는 소비자들의 니즈 이외에도 기존의 내연기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순수전기차로의 체제전환에 들어간 완성차 기업들이지만 기존의 개발이 완료됐고 완성도 높은 내연기관의 기술들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본 베이스가 내연기관인 만큼 그동안 수많은 자금을 들여 개발해온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로의 전환직전까지 과도기를 채울 수 있는 모델이 하이브리드로 꼽히고 있다. 디젤게이트로 인해 내연기관의 종말이 빨라진 만큼 환경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경제적인 부분까지 해결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이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내연기관차량보다 이동거리가 늘어나는 수준까지 배터리 기술력이 확보됐을 때 모두가 전기차로 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빠른 속도로 이같은 노력이 이뤄지며 멀지 않은 미래에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도기까지는 여전히 하이브리드가 큰 부분의 친환경차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