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하반기 수익성에 비상이 켜졌다. 초저금리 기조에 금융투자상품 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자·비이자수익 모두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전방위적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대출총량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초저금리 기조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 하반기에도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이자이익 감소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은행권은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인 이자수익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4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62%)과 비교했을 때 0.16%포인트 떨어졌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예대마진은 1.6%로 지난 2008년 12월(1.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자부문의 이익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비이자부문의 수익이 절실한데, 이 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금융투자상품과 관련한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대형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도 금융투자상품과 관련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투자상품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당국의 투자상품 판매 규제 강화도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다 기업의 대출 부실화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점도 은행권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정책에 부응해 은행권은 전방위적인 금융지원에 나서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의 대출 부실화 위험이 우려되면서 은행들도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금 등 빌려준 돈의 일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금액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이익 규모는 줄어 수익성엔 좋지 않지만, 대신 자산 건전성은 높아져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엔 작년보다 1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악화로 올해 하반기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자부문 수익의 감소와 투자상품 위축 등에 따른 비이자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