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차남인 조현범(47) 사장에게 넘기면서 사실상 후계자가 정해졌지만 앞으로 벌어질 경영권 분쟁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아버지의 지분을 양도 받은 조현범 사장과의 경영권 다툼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이 지난달 26일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면서 재계의 시선을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에게 쏠려있다.
(사진왼쪽)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사진=한국타이어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이 지분 23.59%를 전량 조현범 사장에게 넘기면서 지분율은 기존 19.31%에서 42.9%로 대폭 확대됐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는 조양래 회장에서 조현범 사장으로 변경됐다. 1%포인트에 불과하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의 지분격차 역시 크게 벌어졌다.
조양래 회장은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그룹 지분을 넘긴 26일 이전까지 23.59%로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왔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도 19.32%를 보유, 근소한 차이로 차남인 조현범 사장(19.31%) 보다 지분율이 높았지만 이번 조양래 회장의 결정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외에 차녀 조희원 씨 10.82%, 장녀 조희경 씨가 0.83%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국민연금 7.74%, 소액주주 17.57%로 보유지분이 크지 않다.
업계에서는 조양래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결정이 가족간 합의 아래 이뤄졌는지가 향후 경영권 분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양래 회장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의 반대에도 이같은 결정을 밀어부친 것이라면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 10.82%를 보유한 조희원씨가 장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형제의 난'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현식 부회장이 조양래 회장의 결정에 동의 하지 않은 경우 조희원·조희경씨와의 연합을 통해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삼남매의 지분 총합은 30.97%다. 조현범 사장의 42.9%에는 부족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경영권 분쟁을 대비해 우호지분을 포섭해 나간다면 차남에게 빼앗긴 경영권을 가져올 승산도 있다.
한편 블록딜 시기에도 관심이 높다. 업계에서는 최근 조현범 사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에서 물러나며 후계 구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조양래 회장이 급히 블록딜을 통해 차남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은 조현범 사장의 경영능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그룹의 분열을 막기 위한 결정 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분과 무관하게 '형제경영'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희원씨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주주 중 한 명이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누구 한 명을 편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현범 사장의 경우 역시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재판 리스크'부터 실적부진까지 해결해야할 난제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조양래 회장의 결정에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두 형제 사이에서는 경영 승계를 놓고 보이지 않은 힘겨루기를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질적인 경영은 조현범 사장이 맡아왔지만, 조현식 부회장이 마냥 관망하진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현범 사장이 지난 23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직함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회사 측에서는 조현범 사장의 사임이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크다. 재판에 집중하는 대신, 경영공백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린 사임이라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전경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승계가 대표직 반납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승계를 못 밖은 것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조현범 사장 재판 결과가 경영권 승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2008~2010년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총 6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가 있다. 2008~2017년 사이에는 계열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정기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지난 4월 열린 선고공판에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 측은 집행유예는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취업이 제한된다. 조현범 사장이 1심 과정에서 이 같은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한 만큼, 회사 복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조현범 사장 측 변호인단은 법리적 논쟁을 벌여 무죄를 주장하기보단, 형량을 최대한 낮추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형량이 비슷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조현범 사장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피해액을 전액 보전한 점은 1심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심 재판부가 판결을 달리할 감경요소나, 가중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조현범 사장은 지주사를 이끌며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형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실형을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정 구속에 따른 경영 활동 공백이 생기게 되고, 지배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