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은행권이 이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 등으로 한계기업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코로나19 정책지원에 앞장서 왔던 은행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금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이번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대출부실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정책지원 등으로 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금 등 빌려준 돈의 일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인데,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은행 수익성은 감소하는 반면 자산 건전성은 높아진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에만 은행권 대출이 70조원 가까이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말 기준 원화대출액은 총 1208조 92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68조8678억원(6,04%)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대기업·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은행권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는 등 하반기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방침이다.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대책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부실마저 터질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최근 금융당국도 금융사에 대손충당급 적립액을 늘려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것을 재차 주문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0일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대출 급증에 따라 은행들의 하반기 경영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건전성 관리’를 꼽고 있다”며 “기업의 대출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비용절감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