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뚜렷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저신용 등 한계차주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질 것에 우려해 국내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급 생계·사업자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은행의 가계 및 기업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 2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1억3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3월말에는 910조9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4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915조7000억원, 5월말 920조7000, 6월말 928조9000억으로 증가세를 더했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도 같은기간 덩달아 뛰었다. 2월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82조7000억원으로 3월말(910억4000억원)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후 4월말 929조2000억원, 5월말 945조1000억원, 6월말 잔액은 94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수요는 늘고 있지만, 은행은 하반기부터 대출에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이미 대출을 많이 늘린 데다, 연체 등 신용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두 달 연속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2%로 전월말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말 연체율은 0.40%로 3월(0.39%)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통해서도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3분기부터는 강화될 것임이 예상 가능하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은행 15곳 등 국내 금융기관 199곳의 대출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3분기부터 신용위험이 커져 이에 대비해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욱 옥죌 전망이다. 은행 대출 담당자들이 본 신용위험지수는 1분기 11에서 2분기 42, 3분기 45로 높아지고 있다. 저신용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서다.
행의 차주별 대출행태지수를 살펴보면 가계대출의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 –17로 집계됐다. 대기업 대출은 –10에서 –13으로, 중소기업은 7에서 –10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지수가 마이너스이면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가계와 기업들의 대출수요는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그러나 연체 등 신용위험을 고려한 은행들의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질 예상돼 취약차주들이 자금난에 허덕이지 않도록 정책적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