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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박원순 사건 실체 규명할까

2020-07-15 15:16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5일 서울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와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열린 입장 발표에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것에 대해 시는 이날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이 비서실장 재직 당시 고소인(성추행 피해자·전직 여비서)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지난 며칠간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6층 정무라인 묵살 의혹을 비롯해 이번 사안에 성폭력매뉴얼대로 대응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시는 고소인이 고소한 당일 젠더특보가 박원순 시장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진 것, 조직적인 방조·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황인식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모든 진상 규명을 향후 꾸린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몫으로 돌리면서 "그 부분은 조사단이 판단해 밝히고 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말을 아꼈다.

황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 답한 내용은 시가 입장을 발표하면서 '피해 호소 여직원'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 뿐이었다.

앞서 서정협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등 서울시 간부들이 전날 밤 늦게까지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서울시를 둘러싼 내외 여론은 악화 일로다.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이 조사를 밝히고 있다./사진=서울시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14일 성명서에서 "측근 인사들은 고인을 잘못 보좌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엄중하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진상규명 범위는 성추행 성희롱 여부뿐 아니라 서울시에서 고소인의 피해 호소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었는지, 고소장 제출 사실이 어떤 경로로 피의자 지위인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는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객관성 담보를 위해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진장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려라"고 주문했다.

관련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고소인의 고소사실이 당일 피고소인인 박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고소사실 누설 혐의' 하나에 대해서도 대검에 고발장이 4장 접수된 가운데, 지난 13일 변호인단은 '2차 가해' 관계자들을 고소했고 경찰은 수사인력을 보강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사이버수사팀 1개팀의 지원을 받아 15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사건 실체를 규명할 열쇠 중 하나인 박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경찰은 삼우제(15일)를 마치면 유족과 상의 후 포렌식분석에 들어갈 방침이다. 다만 경찰 내부 일각에서는 휴대전화에 암호가 걸려있어 포렌식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15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시의 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이 매년 업데이트되어온 가운데 피해자-가해자 처분에 대한 지휘결정 라인의 끝은 서울시장이 맞다"며 "현행법상 지자체장이 성폭력사건 대응 및 방지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는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곳으로 봐야 한다"며 "시 직원들은 충격적인 이번 사건에 다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특히 여직원들 눈치도 있고 듣는 귀가 많아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도 일에만 집중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해서 성추행 사건 자체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시 차원의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이라는 책임은 남는다. 하지만 향후 꾸려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한계는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법무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나 보좌진 개인 차원의 묵살 의혹이 없었는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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