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예상보다 빨리 극복한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고객들의 손실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대부분 브로커리지 수익성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963억원을 공시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94.2%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당기순이익도 2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3% 증가했다.
KB증권 역시 연결 기준 영업이익 2302억원을 공시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성적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1515억원으로 62.7% 늘어났다. 하나금융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증가한 1470억원의 영업이익과 12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공시했다.
내달 둘째주 실적발표를 예고한 한국투자증권 지주사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 시장 컨센서스는 1788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1분기 1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줬지만 한 분기 만에 회복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이렇게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대금 증가, 신규 투자자 유입 등 브로커리지 실적을 견인한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는 올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18조 263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96.4%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2분기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21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3분기다. 호실적이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래대금 증가가 수익성에 계속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투자은행(IB) 부문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모두가 크게 둔화돼 증권사들의 수익성 확대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역시 증권사들에게는 악재다. 우선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직간접적으로 이번 사태와 연관이 있는 증권사들은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탓에 3분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영향으로 일부 증권사의 경우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 이례적인 주식투자 열풍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극적으로 방어됐다”면서도 “3분기는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되는 형국인데다 사모펀드 사태의 추이를 아직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