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단행하면서 방위비 문제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해를 넘겨 지금까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지부진한 한국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중 3분의 1인 1만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청구된 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주독미군 감축을 내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독일은 그것(주독미군 감축)이 경제에 나쁘다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우리경제에는 좋은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호구(sucker)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간단히 말해 독일이 채무불이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반복해 강조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주독미군 감축 결정은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서 국방비를 더 낼 수 있고, 내야 한다”고 말해 독일의 방위비 지불과 주독미군 감축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독일과 마찬가지로 방위비 협상 중인 한국에 주둔한 미군 감축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016년 대선 공약이었다. 그가 이 공약 이행을 이번 대선에 내세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 인상이라는 터무니없는 트럼프행정부의 주장도 결국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이 내세우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 육군 산하 전략문제연구소(SSI)는 지난 28일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전진 배치된 미군이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에 집중돼 있어 중국과의 초경쟁에 적절치 않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의 재래식 탄도·순항 미사일 등의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현재 한국에 2만8500명과 일본에 5만5000명의 미군이 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파트너로 한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을 꼽으며 이들과의 관계 유지 및 강화를 촉구했다.
독일에서 감축된 미군 1만1900명의 경우 이 중 5600명은 벨기에, 이탈리아,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 내에 재배치되고 6400명은 미국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독일에는 2만4000명만 남아 있다.
문흥식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독미군 감축으로 인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주한미군 규모 조정은 한미 양국간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21일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전세계 미군 병력 최적화를 위한 검토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 주한미군 감축을 이슈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미 실무협상팀이 공감대를 이룬 13% 인상안을 거부해 타결 임박 전망을 무산시킨 바 있다.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진다면 당장 방위비 문제나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우리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효과 주장이 있고, 미 의회는 주독미군 감축에 대해서도 초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주독미군 재배치도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