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
『‘노란리본’은 ‘무사 귀환’, ‘생환’을 기원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시장님이나 서울시 직원 모두 잘 아시겠지요? 세월호 사고 이후 생환 못하신 분들에 대한 장례도 끝냈고, 실종자들의 생환 가망성이 사라진지 오랜데, 시청 앞에는 아직도 ‘합동분향소’가 버티고 있고 시청 건물 정면은 ‘마지막 한 분까지’라는 대형 현판으로 덮여 있고, 시청 인근 곳곳에 ‘노란리본’이 너절하게 나붓기고 있습니다.
해수부나 안행부 앞이나 청해진해운 본사 앞이라면 그나마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호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부처도 아니고, 사고 발생지도 아니고, 사고 처리 주관부서도 아닌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불편이나 정서는 안중에도 없이 서울시청 건물과 광장을 반년 이상을 이 꼴로 내버려두는 게 합당한 처사입니까?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됐으면 우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을 점거한 시위꾼들은 즉각 몰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비이락 격이지만, 서울시가 13일 아침에 이 현판을 내렸고, 오늘 아래와 같은 요지의 응답이 왔습니다.
『(요약 내용)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비롯한 소망의 벽, 노란리본의 정원 등 추모시설을 설치·운영해왔고, 지금까지 35만 명이 넘는 시민분들이 찾아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해왔다…… 서울광장 느티나무에 매여 있는 노란리본을 제외한 모든 추모시설물과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철거할 예정…… 서울도서관 안에 세월호 희생자 상설추모공간을 조성·운영할 계획이며, 느티나무에 매여 있는 노란리본은 추모공간을 안내하는 이정표로 활용될 것이다. 』
▲ 서울광장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간 이전이 결정된 12일 오후 서울 서울광장 합동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간을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으로 이전하고 상설 추모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추모공간은 오는 21일 시민에 개방될 예정이다. /뉴시스 |
나라나 이웃을 위해 목숨을 던진 의사자들도 아닌 단순한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서울도서관에 추모공간을 설치한다는 것이 합당한 판단인가? 그리고 왜 하필 서울도서관에 설치한다는가? 그런 공간을 설치하겠다면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을 설치하는게 더 우선 아닐까?
그리고, 굳이 공공기관에 설치하겠다면 서울시가 나설 일이 아니라 안행부나 해수부에 설치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을 들자면 대한항공 피격 희생자들과 아웅산 희생자들, 최다의 사망자를 기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통학길에 날벼락을 맞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희생자들이 더 억울하지 않을까? 서울도서관에 세월호희생자 추모공간을 설치하는 건 넌센스 쇼맨십 아닌가?
시위꾼들 몰아내는 얘기는 언급조차 없이, 서울시가 너절해진 노란리본으로 서울시 중심가를 서낭당(성황당) 꼴을 만들면서 서울도서관에 추모공간을 설치하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마지막 한 분까지’라는 현판 대신 새로 내건 현판이 ‘토닥토닥’이다.
이 학예회 수준의 현판은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위로한다며 시민 100명의 손바닥 사진으로 만든 글씨라는데 이 글씨로 일반 시민들이 무슨 위로를 받겠는가? 그래서 ‘시민 위로’를 빙자해서 “토닥토닥 협동조합”을 홍보하려는 속셈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서울시는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 온갖 시위꾼들과 분별 없는 장터행사나 공연 등이 쏟아내는 소음과 무질서로 시민의 눈총과 불만을 사는 걸 모르는가? 금요일인 오늘(11월 14일) 광화문광장이 온종일 확성기로 시끄럽더니 지금(오후 4시)은 흘러간가요 메들리와 가곡, 오페라 아리아들로 광화문 일대가 소음천국이다.
행사도 좋지만 많은 시민들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평일 대낮 근무시간에 서울시가 할 일인가? 무대 하나 설치했다 철거하는 비용이 수천만원이 드는데 각종 행사나 현판 설치 모두 전시성 낭비 행사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 아닌가?
이상의 요지로 오늘 다시 민원을 넣었는데, 또 무슨 얼렁뚱땅 답변이 올까? /이철영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