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마힌드라그룹이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하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마힌드라그룹은 신규 투자자를 통해 쌍용차에 유상증자로 투자를 받고 현재 74.65%의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마힌드라의 정책변화로 외국계 은행들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쌍용차에 대한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특정 투자자들과 대화를 진행 중이며 적절한 시점에 신규 투자자들 지위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6월에는 쌍용차의 새 투자자를 찾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지분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쌍용차 측은 마힌드라그룹의 행보에 대해 새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대주주 지위 포기는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매각하면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 빌린 자금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 쌍용차는 마힌드라를 통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제이피(JP)모건, 베엔페(BNP)파리바 등에서 2000억여원을 빌렸지만 이 대출은 쌍용차에 대한 마힌드라의 지분이 51%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다.
마힌드라의 지분이 51% 이하로 줄면 해당 차입금을 바로 갚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쌍용차 새 투자자 찾기는 안개 속이다. 지난달 매각 주간사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는 평택공장 방문해 경영상태를 실사했다.
본격적인 투자의향서 접수에 앞서 현장 방문을 통해 회계나 재무 등 각종 경영 자료를 토대로 투자를 위한 전문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쌍용차에 새 투자자는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마힌드라와 전략적인 제휴관계인 미국 포드자동차 양사로 압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비야디와 포드차 이외 중국 지리자동차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중국 현지 언론에 쌍용차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쌍용차 투자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안팎으로 고전 중이다. 대외적으로 마힌드라그룹의 대주주 지위 포기와 함께 14분기 연속 영업 손실에 시달리고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도 미지수다.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의 투자 약속 철회로 '대주주 고통 분담'이라는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초 KDB산업은행이 만기가 도래한 쌍용차 대출금 900억원의 상환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을 뿐 추가 지원에 대해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대해서 "쌍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아니다"는 게 금융위원회 등의 입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 자동차 유통 관련 회사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가 쌍용차에 투자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사 모두 비상경영 체제 전환 이후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마힌드라그룹 대주주 지위 포기 이후 새로운 투자가가 조건을 수정해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며 지난달 평택공장 실사는 매각 주간사 이외 다른 곳은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