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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복지에 거덜난 지자체 '비상걸린 대한민국'

2014-11-22 09:1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지자체들이 심한 몸살에 걸린듯하다. 재정 운용이 순탄치 못해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한 지자체들인데, 갈수록 커져만 가는 재정 부담으로 인해 체력이 한층 약해지고 있다.

하루빨리 재정 부담의 심화라는 몸살을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야 할 텐데, 이러다가 몸져눕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자체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이와 함께 ‘지방 4단체’로 지칭되는 나머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도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무엇이 이렇게 지자체들에게 몸살을 앓게끔 한 것일까? 지금 지자체들은 가난하건 부유하건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교육 등 보편적인 무상복지의 전면 추진에 따라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복지 확대의 역습이다.

어려운 지자체 재정, 갈수록 더 심해져

지자체들의 재정 상황이 암울하다. 최근 3년간의 지자체 세입예산 대비 채무 비중을 살펴보면 지자체들의 평균 채무 비중이 대체로 감소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30%가 예산의 20%를 초과하는 상당 부분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무 비중이 낮은 지자체들도 어려운 사정은 매한가지다.

빚을 덜 지고 있을 뿐 중앙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거의 대부분이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재원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 만큼 원활한 재정 집행이 불가능한 상태다.1) 그나마 2011년엔 한 해 동안 지자체가 중앙재원에 의존하지 않고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는 재정 능력치인 재정자립도가 평균 50%라도 넘겼었는데, 2014년에는 44.8%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더 나빠졌다. 열악하다.

지자체의 재정이 이처럼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보편적 무상복지를 필두로 한 복지 확대정책이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전면 추진하고 있는 보편적 무상복지 정책은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의 확대를 초래하게 되어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과 그에 따른 지자체의 대응 분담금을 증액시키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늘어나는 무상복지 분담금과 버거운 사회복지지출 증가

국회예산정책처는 양육수당 복지시책에 따른 2013년도 지자체 부담금은 9544억 원으로 전년대비 8432억 원이나 늘어났으며, 영유아보육료도 2013년 2조7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2109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를 국가 주요 복지시책으로 꼽히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과 같은 다른 복지정책들과 비교해 보면 특히나 보편적 무상복지로 인한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양육수당이나 영유아보육료로 인한 지자체 부담이 기초노령연금이나 장애인연금에 따른 지자체 부담에 비해 많게는 34배에 이르고 있다.

   
 
잠시 논의를 이들 복지시책 등을 모두 포괄하는 지자체의 사회복지지출비로 확대해 보면, 지자체들의 사회복지 관련 총지출비용이 지자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24.2%로 2006년(13.3%) 대비 약 11% 포인트 늘어났는데 보편적 무상복지 정책이 이러한 사회복지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견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재정이 이렇게 안 좋은데도 꼭 보편적 무상복지를 해야만 하나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공약으로서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지자체를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중앙정부는 그럴만한 재정 여력이 없다. 작금의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는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며, 더군다나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로 성장 잠재력마저 저하되고 있어 앞으로의 걱정도 태산이다.

이 마당에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부도 위기로 치닫게끔 하는 극단적인 결말을 연출할 수도 있다.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모습을 알 바 없다는 식으로 모르는 척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우리들의 실수는 재정지출을 계속해서 늘리게 할 것이고 과도한 재정지출은 남유럽국가들과 같은 국가부도의 위기를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게 만들 것이다.

스페인만 하더라도, 부동산 버블 붕괴 전인 2007년 GDP 대비 국가채무가 36%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나친 복지지출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국가부도 위기에 빠져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별적 복지정책으로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가난한 사람이건 부유한 사람이건 모든 사람들의 복지 수혜를 목표로 한 보편적 무상복지의 전면 추진이 최소한의 생활 보호와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하는 복지로 하여금 도리어 지자체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기존에 누리고 있던 편의와 혜택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복지혜택을 확대해 가고자 할 때는 재정 여건이 어떠한가, 얼마만큼 늘려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지만, 현행 무상복지 정책은 이 부분이 미흡했다.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선 국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계층부터 최소한의 보호와 삶의 질을 향유하도록 돕고, 재정적 여유가 마련되는 대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복지의 제공범위와 혜택의 수준을 넓혀나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무상복지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재원의 규모 및 조달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부자까지 지원해 주는 보편적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여 복지의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만 주장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재정지출 확대는 일종의 몰핀(morphine)과도 같아 당장의 고통과 불안감은 줄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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