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삼성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을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말 국정농단 관련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재판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에서 삼성 '사법리스크'가 앞으로도 5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을 비롯해 현직 임직원들은 재판 준비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상황은 최악인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할 것 아니냐. 큰 고래를 해체해서 바다에 빠뜨리는 꼴 같다"며 "기업의 총수에 대해 수사와 재판이 거의 10년 이어지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 이 시기에 글로벌 기업인에게 너무 가혹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선두기업 인텔은 도망가고 후발기업 TSMC은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형국인데 이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TSMC는 초미세공정인 2나노미터 신규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3나노 공정 개발까지 밝혀온 삼성전자를 쫓아가고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기업의 중장기적 미래를 봤을 때 결코 긍정적 일이 아니다"며 "글로벌 기업 간 경쟁 구도인데 이 부회장에 재판 꼬리표가 달리면 글로벌 경영 속도가 무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여러 측면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무리한 수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당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검까지 보면 무려 4년이나 삼성을 조사했다.
이번 수사만하더라도 50여차례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여기에 검찰은 그동안 수사심의위 결정을 모두 수용해온 것과 달리 이 부회장과 관련해서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색이 짙은 반삼성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재계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치와 법치가 이 정도로 흔들렸나 싶다"며 "60년 가까이 노력해서 겨우 국민소득 3만달러에 올랐는데 이번 정부는 국력의 바탕이 되는 기업을 흔들며 그간 쌓아온 우리나라의 업적마저 걷어 차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점점 가난해지는 길로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