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조성한다. 세제 혜택과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부동산 등에 몰려있는 시중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분야로 끌어들임으로써 재원 마련과 동시에 사업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금융권 내에선 뉴딜펀드와 관련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뉴딜펀드 성공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5년간 해당 사업이 동력을 잃지 않고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판 뉴딜펀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뉴딜펀드(모자펀드 방식)’, 세제 혜택으로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금융회사가 투자처를 개발해 조성하는 ‘민간 뉴딜펀드’ 세 가지 축으로 설계됐다.
이 가운데 정책형 뉴딜펀드는 ‘원금보장’ 논란과 함께 손실이 나면 정부가 재정으로 떠안는 구조로 설계돼 ‘투자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을 출자해 7조원 규모의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 자(子)펀드를 통해 민간자금 13조원을 매칭해 총 2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출자한 모펀드에 민간자금이 매칭 형태로 참여해 자펀드를 만드는 방식인데,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이 후순위 채권 등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맡고 민간자금이 선순위에 투자한다.
이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원금보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금보장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후적으로 원금이 보장될 수 있는 충분한 성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정부 재정이 펀드에 평균 35%로 후순위로 출자하는데, 이는 펀드가 투자해서 손실이 35% 날 때까지는 손실을 다 흡수한다”고 말했다. 투자상품에 손실이 나면 정부가 재정적으로 떠안게 돼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펀드의 수익률과 정부가 제시한 세제혜택 등과 관련해서도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당초 뉴딜펀드 조성계획을 추진하면서 원금보장과 함께 3% 안팎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위법 소지를 의식한 듯 발표 당일에는 구체적인 수익률이 제시되지 않은 채 “국고채(1.5%)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뉴딜 인프라펀드와 관련해서도 업계에선 세제 혜택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만큼 파격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중에는 배당소득에 9%의 과세를 적용해주는 상품이 다수 존재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뉴딜펀드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권 내부에서 조차 현 정부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5년간 해당 사업이 동력을 잃지 않고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 땐 ‘녹색금융’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금융개혁 정책과 맞물려 금융권에선 관련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정권 말기에 대부분 흐지부지되거나 소멸됐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마다 새로운 정부주도의 금융상품이 쏟아졌다 없어지기를 반복해 왔다”며 “시장논리가 배제된 금융상품은 결국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지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