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마저 무산된 가운데 계약금 반환과 관련해 소송전 후폭풍이 예상된다.
제주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돌려줄 수 없다고 입장이다. 앞서 산업계에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과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포기 등 과거 대표적인 노딜 사례에서 계약금 반환과 관련해 결과가 엇갈린 바 있다.
이스타나항공에 이어 항공업계의 최대 인수합병(M&A)인 아시아나항공마저 무산되며 계약금 반환과 관련해 소송전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이행보증금(계약금) 환급 소송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계약해제를 통보하면서 계약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황에서 거래종결을 미룬 HDC현산 측에 계약해제의 원인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에도 계약이 해제될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금호산업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는 계약해제 사유가 될 수 없으며, 지난 2008년에도 글로벌 경제 위기는 계약해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HDC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 M&A 무산의 원인이 선행조건을 미충족한 매도인 측에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계약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DC현산은 지난 11일 "계악금 반환을 위해 법적인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법적인 절차에 따라 준비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M&A를 추진하다 지난 7월 '노딜'(인수 무산)을 선언한 제주항공도 계약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 당시 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노딜 책임을 이스타항공에 돌리고 있다.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와 체불임금 등 각종 미지급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계약 해제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스타항공 측은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한 만큼 계약을 해제한 제주항공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결국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미 법률자문사를 선정하고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소송이 회사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진행사항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항공업계 M&A가 잇달아 무산된 근본적인 원인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된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포기 등 과거 대표적인 노딜 사례에서도 결과가 엇갈린 바 있다.
이에 HDC현산과 제주항공에 유리한 판례도 있고 금호산업과 이스타항공에 유리한 판례도 존한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건은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보증금 3150억원을 지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한화는 당시 계약 무산의 주요인이 확인 실사를 하지 못한 데다 최종계약 체결 전 검토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도 받지 못했던 점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약 10여년 동안 법원에서 엎치락뒤치락 한 끝에 한화는 지난 2018년 1260여억원을 돌려주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반면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건은 금호산업과 이스타나항공 측에 유리한 판례다. 동국제강은 지난 2008년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31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쌍용건설 주가가 하락하면서 동국제강은 인수가격 조정과 인수시기 1년 유예를 요청했고, 이를 거절당해 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동국제강은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1년 결국 패소했다.
4개월간 충분한 자료 검토 시간이 있었고 입찰 대금인 4600억원에 비해 이행보증금 규모가 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원의 판례도 상반된 결과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소송전 역시 어느 한쪽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고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