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은행의 점포 통폐합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데, 디지털 전환을 독려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안없이 으름장을 놓는 당국의 모순적 태도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적 발상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은행권 점포축소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데 대한 은행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독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적 흐름을 강제하는 당국의 모순적 태도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점축소와 관련해 은행권에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점포를 폐쇄하려면 외부 전문가가 참여‧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진행중이다.
당국의 으름장에도 올해 말까지 60여개의 시중은행 점포가 문을 닫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17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다. 비대면거래 확산 등 금융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없는 점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제 최근 5년간 549개의 은행점포가 폐쇄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영업소 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2015년 말 3513개에 달했던 영업점은 지난 8월 말 기준 2964개로 줄어들었다.
은행권은 지점폐쇄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점포를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윤 원장도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확산으로 추세적으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점포폐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디지털 금융발전을 주문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선 모순적 태도를 견지하는 금융당국의 ‘엇박자 행정’에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은행의 비용절감 차원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에
대한 통폐합은 더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며 “이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당국이 근본적인 대안없이 규제에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