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미국 하원이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독점 행위에 관한 보고서를 내놔 회사 분할 등을 거론하고 있어 실제 집행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하원 사법부가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등 4개 글로벌 IT기업의 시장 내 반경쟁 관행 방지를 촉구하며 '디지털 시장 내에서의 경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30만개 문서를 인용해 만들어졌고 450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방대한 문서는 거대한 IT 기업들이 경쟁을 막고 자신들이 독점력의 휘두르고 있어 구조적 분리와 소규모 분할 요구가 불가피함을 골자로 한다.
미국 하원 사법부가 발표한 보고서 '디지털 시장 내에서의 경쟁 조사'./사진=미 하원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1930년대의 관련 법률을 예시로 들어 시장 내 독점 지위를 가진 기업들이 부대 서비스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구체적으로 애플-앱스토어, 구글-유튜브가 분할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12년 전 500여가지 앱이 앱스토어에 올려져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회사 개발자들의 앱이 대거 등장해 200만개가 넘는 앱이 앱스토어에 올라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85% 넘는 수익이 다른 회사 개발자들로부터 나왔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애플은 앱스토어로만 5100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또 애플은 1380억달러는 미국에서 생겨난 매출이라며 자국 산업에 미치는 힘이 크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현재 애플 외 글로벌 IT 대기업들은 유럽과 기타 국가에서도 반독점건으로 수많은 조사와 제한을 받고 있어 전례 없는 후폭풍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네덜란드 경쟁 당국은 애플이 자사 앱에 대한 특혜를 준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불합리한 제재를 가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U에서는 스마트폰에 제조사 앱이 선탑재 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마크 저커버그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도 독점 기업임을 부인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 내 가장 인기있는 메시지앱은 애플 아이메시지, 성장 속도는 틱톡, 영상은 유튜브, 광고는 아마존·구글이 차지했다며 항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미국 내 광고비 1달러 중 10센트도 안 되는 금액이 페이스북에 들어와 뒤쳐지는 중"이라고 강변했다.
이와 같이 미 의회에서 반독점 청문회가 열리면 거대기업일수록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시장 친화적인 국가로 평가되나 독점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어 실제로 회사를 쪼개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사 분할의 역사에서는 '석유왕'으로 통했던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빼놓을 수 없다. 스탠더드 오일은 몸집이 커지자 경쟁사 90%인 22개사를 2개월 내 모두 인수했고 미국 석유시장의 9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석유 가격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고 평시 가격 대비 20%로 대폭 낮춰 중소 석유사들이 도산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경쟁 당국은 스탠더드 오일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1911년 34개사로 분할하도록 행정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칼텍스·엑슨모빌 등으로 분할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도 행정명령 분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해당 기업 외에도 기타 대기업들도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라는 평가다.
애플의 경우 에어팟 제품군 하나만으로 어도비의 매출을 넘겼다. 이 외에도 애플은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아이패드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 TV+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어 이론상 모두 다른 회사들에서 제작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 회사에서 제공해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정책들과 판매 전략이 완전히 뒤집힐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독점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니며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석유시장을 독점했을 때 미국 제조업은 저렴한 유가를 바탕으로 대폭 성장했다. 그러나 34개사로 분할된 직후에는 유가가 크게 올라 제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독점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과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또 시장주의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글로벌 IT 공룡들에 대한 분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성장을 거듭할수록 빛이 강해지지만 반대로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이와 같이 양쪽의 특징은 더욱 극명해질 수 밖에 없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게 됐다는 평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