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1) -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그때그때 다른 아이스크림의 만족도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 후끈 달아오른 지면을 걷노라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입안이 바짝바짝 마른다.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한 물 한 모금, 차디찬 얼음 한 조각이 간절한 순간, 눈앞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인다면?
아마 백이면 백 주저 없이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 지갑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살 것이다. 이때 아이스크림이 개당 2000원이어도 상관없다. 너무 덥고 목말라 설령 5000원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 지불할 용의가 있으니까. 그리고 혀끝부터 시작되는 차갑고 달콤한 행복이 입안 전체를 가득 채우며 가슴속까지 퍼져나가는 쾌감은 분명 2000원어치 만족 그 이상이다.
그 다음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사 먹는다면 어떨까? 여전히 아이스크림은 맛있지만 처음 한 입을 베어 물었을 때만큼 짜릿한 기쁨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때 느끼는 만족도는 대략 아이스크림 가격 2000원보다 조금 위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어떨까?
하나쯤 더 먹고 싶기도 하고,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2000원을 지불하고 사 먹을 용의가 있다. 네 번째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미 충분히 맛보고 더위와 목마름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 500원이라고 해도 딱히 먹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지갑을 닫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갈 것이다.
▲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생수를 고르고 있다. 각 나라마다 나라의 소비자들마다 생수에 대한 만족도와 필요는 그때그때 다르다. /자료사진=뉴시스 |
이처럼 똑같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해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순차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소비자가 느끼는 아이스크림의 효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효용이란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느끼는 만족의 정도이다. 즉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재화의 능력 또는 재화를 소비하면서 얻는 주관적 만족의 정도”이다.
효용이 중요한 까닭은 ‘주관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가치를 느끼기란 어렵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이라도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개수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나만 먹고 더 안 먹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다섯 개를 거뜬히 먹어치우고도 모자랄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자신의 저서 <경제학 원리>에서 “같은 1실링이라도 여러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쾌락은 모두 다르다”라고 표현했다.
좋은 말도 세 번 들으면 질린다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이라도 세 번 이상 들으면 지겹게 느껴진다. 같은 말이 반복되면서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효용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예로 들었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떠올려 보자.
첫 번째 아이스크림은 2000원어치, 아니 5000원어치 이상의 만족을 주었다. 두 번째 아이스크림은 2000원어치보다 조금 더 높은 만족, 세 번째 아이스크림은 딱 가격 만큼인 2000원어치의 만족을 주었다. 하지만 네 번째는 아이스크림은 만족도가 500원어치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세 번째부터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지 말지 고민하고, 네 번째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지갑을 딱 닫아 버린 것이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변화한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한다. 한계효용은 재화의 소비 단위가 늘어날수록 점점 낮아지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을 때마다 얻을 수 있는 만족도가 점점 떨어졌을 때, 효용이 줄어들면서 한계효용도 낮아지게 되는 것을 바로 ‘한계효용의 체감 법칙’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재화를 소비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한계효용의 체감 법칙에 직면하고 있다.
▲ 해태 허니버터칩. 편의점과 마트 등은 허니버터칩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 품귀현상을 빚자,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스낵이나 비싼 초콜릿을 함께 묶어 파는 '인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고시장에서의 거래가 활발한 가운데, 허니버터칩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허니버터칩에는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효용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
이처럼 사람들은 지불해야 하는 가격보다 만족이 클 경우에만 가격을 지불한다. 반대로 가격보다 만족도가 떨어지면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즉, 자신에게 필요한 ‘효용’이 남아 있을 때라야만 소비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한계효용은 사람들의 소비를 분석하고, 상품의 가격 형성 원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더 큰 만족, 즉 효용을 얻는 동안 계속 물건을 소비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기대하는 효용보다 물건 가격이 비싸지면 더는 그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다.
2000원어치 가격만큼의 만족도를 주지 못하는 네 번째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않았듯 소비자는 자신의 효용에 미치지 못하는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소비자 각자의 한계효용과 일치하게 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