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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규제 골목상권 산다? 천만에!

2014-12-08 10:2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선택권 박탈 논란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가 3일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를 개최, 대형마트 규제의 실효성과 재래시장 제도 방향에 대한 점검의 자리를 가졌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의 토론문 전문이다.

 

   
▲ 이헌 변호사,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대형마트 정책의 법리적 검토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명문화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목적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제1조),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유통산업시책 기본방향으로서 ‘유통산업에서의 소비자 편익의 증진’ 등의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조).

2013. 1. 23. 개정된 대형마트의 영업규제에 관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는 지방자치단체장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 등에 대하여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개정이유는 ‘대ㆍ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 및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대규모점포 등 종사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하는 대형마트의 규제에 관한 관계조항에서 소비자 보호나 소비자 편익의 증진에 관하여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은 같은 법의 입법목적이나 유통산업시책의 기본방향의 관계조항과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대형마트의 규제로 직접 침해를 받게 된 대형마트측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에 관한 유통산업발전법은 해당 지자체에서 구체적인 처분을 하여야 그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법률 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고 하여 부적법 각하한다”고 결정하였다(2012헌마162).

지자체의 조례 취소나 무효를 구하는 소송에서 법원은 “헌법상 원칙에 따라 대형마트의 영업 자유는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이나 중소상인의 보호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 새벽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2회 이내의 의무휴업일을 정한 것은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자의 상생발전을 도모한 조치로 보이는 만큼 지자체의 처분이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는 소비자의 보호나 편익에 관한 검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하였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에 관하여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국가적 규제와 조정은 보충의 원칙에 입각하여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내지 시장경제질서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제도와 아울러 경제행위에 대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될 뿐이다”고 판단하였다(88헌가13).

   
▲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출점에 반대하며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그 규제에 따른 이해관계자를 오로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으로만 이분화했다. 이는 대형마트 입주상인과 대형마트 납품 농어민/중소업체,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맹점을 지닌다. 

국가가 경제 규제하는 것을 일반화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대형마트의 영업규제에 대하여 시장경제질서에 있어 경제행위에 대한 사적 자치의 원칙을 존중하여야 하는 헌법상 경제질서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를 일반화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실시한 이후 각종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는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의 매출 증대 효과로 전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오히려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는 대형마트 내에 입주한 상인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 및 중소업체에게 연쇄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등 대형마트의 규제에 의한 실효성 보다는 도리어 부작용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그 규제에 따른 이해관계자를 오로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으로만 이분화함으로써 대형마트 입주상인과 납품 농어민, 중소업체 등 관련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더욱이 대형마트의 규제 강화로 인하여 대형마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것이 불가피한데도, 그 개정 과정에서 소비자의 보호나 편익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소비자기본권’은 헌법에 열거되지 않지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공정한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과 용역을 적절한 유통구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구입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이고, 소비자기본법에서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제4조).

헌법재판소는 “소비자는 물품 및 용역의 구입ㆍ사용에 있어서 거래의 상대방, 구입장소, 가격,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제약되는 경우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도 제한된다”고 판단하였고(96헌가18), 소비자의 피해를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직접 침해로 인정하고 있다(2008헌마419).

헌법 제124조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보장하는 소비자보호운동이란 ‘공정한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 또는 용역을 적절한 유통구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안전하게 구입하거나 사용한 소비자의 제반 권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체적 활동’을 말한다“고 판단하였다(2010헌바54).

   
▲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주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 주관으로 3일 개최된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의 전경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가서 상품을 사라고 강요당하는 소비자들

한국규제학회는 19대 국회의 규제 의원입법 중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실효성이 없고 소비자의 피해만 초래하는 최악의 규제로 선정한 바가 있고, 일본, 프랑스 등 과거에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던 선진국가들도 소비자의 쇼핑할 권리, 근로자의 일할 권리 주장 등에 따라 최근 이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 구호에 사로잡힌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로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편리한 장소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당하였고, 특정시간, 특정요일에는 대형마트에 가지말고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가서 상품을 사라고 강요당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규제 이외에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시행되는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 등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소비자기본권이 외면당하고, 이른바 ‘호갱’을 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소비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소비자기본권과 소비자보호운동으로서 소비자선택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과거 외국의 실패사례를 답습하고 실효성도 없는 대형마트의 영업규제에 대하여 직접적인 개정입법 청원 등의 입법참여나 헌법소원 제기, 조례의 폐지 청구 등으로 적극적인 소비자주권의 행사에 나서야 할 시기이다. /이헌 변호사,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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