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라임사태 관련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KB증권 박정림 대표는 현직 최고영영자(CEO)로서 징계를 받았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또한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아 증권가는 물론 금융계 전체에 ‘CEO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들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이 지난 10일 마무리 됐다. 당초 예고된 대로 중징계가 내려졌으며, 기관 제재의 경우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대신증권은 반포 WM센터 폐쇄·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받게 됐다.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전‧현직 CEO들에 대한 징계였다. 윤경은 전 대표와 김형진 전 대표, 나재철 전 대표는 직무 정지 상당의 처분을 받았다. 단, 나 전 대표의 경우 현재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재직 중이지만 이번 징계가 금투협회장직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 단, 2022년 12월 31일로 만료되는 임기 이후의 상황에는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이다. 문책 경고를 받은 박 대표는 이번 징계로 사장직 연임 혹은 KB국민은행장 선임 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가 최종 확정되면 해당 CEO는 연임은 물론이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다른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사장을 교체한 상태라 추가적인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 사태 초기에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수습에 나섰다.
단, 라임 사태 뿐 아니라 옵티머스 사태 역시 향후 증권사 인사 지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옵티머스 펀드 전체 판매액의 84%인 4327억원을 판 회사라 논란이 많은 상태다. 피해자들을 달래기 위해 투자 원금에 따라 최대 7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경우 지난 2018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에 취임한 뒤 기록적인 실적을 내며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금융 사상 2번째로 ‘3연임 CEO’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옵티머스 사태 때문에 추가 연임에 대한 전망은 쉽사리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으로 두 차례나 출석을 해야 했다. NH투자증권 측은 옵티머스 사태 초반에 회사 쪽에서 먼저 나서서 금감원 신고와 검찰 고발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일련의 사태들이 증권사 CEO들의 거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정해지면 다음은 은행권으로 공이 넘어갈 것”이라면서 “추가적으로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