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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마스크' 알테어, 차라리 홈런을 치지 말 걸 그랬다

2020-11-18 14:56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29)가 마스크 하나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마스크를 쓰고는 말하는 것도 힘들다"며 한국시리즈 1차전 MVP로 선정되고도 '마스크를 써아 하는' 수상식과 인터뷰를 거부한 때문이다.

NC는 17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창단 후 두번째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승리(NC는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2006년에는 두산에 4연패했다)하는, 구단 역사상 기념비적인 일을 해냈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승리를 거둠으로써 우승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도 선점했다.

이날 NC의 8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알테어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1안타가 4회말 터뜨린 3점 홈런이었다. 1-0의 불안한 리드에서 4-0으로 점수 차를 벌리는 결정적 한 방이었고, NC가 결국 승리했다.

NC 알테어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점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경기 후 기자단 투표에서 알테어는 1차전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는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MVP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주관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 그리고 알테어의 소속구단 NC 측은 "알테어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선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하면 호흡곤란이 있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정부 방역지침 위반 사안이 될 수 있어서 공식 시상식이나 인터뷰 참가가 불가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선수가 호흡곤란 지경에 이르도록 마스크를 쓰고 시상식과 인터뷰에 응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후에도 알테어의 '노 마스크' 파문이 커지자 NC 구단은 "정규 시즌 중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지만 호흡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더라. 설득을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우리도 알테어의 반응에 당황스럽다. 그래도 평소 이동할 때, 덕아웃에서는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이었다. 적어도 이날 한국시리즈가 열린 현장에서 미디어에 노출된 알테어는 덕아웃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지도 않았고, 경기 전 개회식을 할 때나 팀 승리 후 자축 세리머니를 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 양 팀 선수단이 '덕분에 챌린지'를 할 때도 알테어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알테어는 마스크를 쓰기 싫은 어떤 개인적 신념(정치적 또는 종교적)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 특정 신념 때문이었다면 알테어는 차라리 결정적인 홈런 같은 것을 치지 말았어야 했다.

올해 처음 KBO리그 생활을 한 알테어지만 벌써 한 시즌을 다 보냈다. 10개월 가까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등 개인 방역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거의 매일같이 봐왔을 것이다. 오랜 기간 무관중 경기도 치렀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는 뉴스도 접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다는 소식도 들었을 것이다.

알테어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을 치지 않고 MVP로 뽑히지 않았다면 그가 '마스크 공포증(또는 마스크 쓰기를 기피하는 어떤 신념)'이 있는지 모르고 넘어갔을 수 있다.

알테어는 프로야구 선수로 NC 다이노스와 계약하고 한국으로 와 연봉을 받고 팀의 승리와 우승을 위해 뛰고 있다. NC 소속으로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동안은 공동체가 정한 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마스크 쓰는게 불편하거나 싫다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시대에서는 한국에서 생활하기도, 선수로 뛰기도 힘들 것이다.

알테어가 '노 마스크'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가 아무리 시즌 30홈런 이상과 100타점 이상을 올리는 강타자라고 해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하며 NC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다 하더라도, 다음 시즌 KBO리그에서는 그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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