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의 골프탐험(35)- 좌뇌를 쓸 것이냐, 우뇌를 쓸 것이냐?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 좌우 뇌의 기능 구분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좌뇌형 인간은 시각적 언어적 수학적 논리적 분석적 이성적이며, 우뇌형 인간은 청각적 공간적 예술적 즉흥적 감성적 종합적이라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이같은 구분에 따라 좌뇌형 인간은 꼼꼼하고 원리원칙을 따지고 유머감각이 별로 없고 우뇌형 인간은 예술가 기질이 넘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학자나 과학자 법조인 수사관 월급쟁이 등에 좌뇌형이 많고 예술가나 운동선수 예능인 들 중엔 우뇌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는 어떤 유형의 뇌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할까.
골프가 공간적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뇌형 인간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우뇌형이 갖고 있는 감성적 즉흥적인 성향은 골프에선 독약이나 다름없다.
▲ 유능한 골퍼는 좌우 뇌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삽화=방민준 |
이쯤 되면 좌뇌형 인간이 골프에 적합하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란 결코 좌뇌형 인간에게만 호의를 베푸는 스포츠가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쉽게 좌뇌형 우뇌형 인간으로 구분하지만 말처럼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좌우 뇌의 반구가 신경다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좌우 뇌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좌뇌 우뇌의 주 기능을 구분하는 신경과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훨씬 더 많은 과학자 집단은 이 구분에 대해 회의적이다. 우선 그들은 특정한 뇌 기능이 어느 한쪽에 국한되어 있다는 개념 자체를 거부한다. 어떤 뇌 기능도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좌우 뇌의 공고한 협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쪽 뇌를 다친 경우 반대쪽 뇌가 상실한 기능을 떠맡아 새로이 발전시키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골프코스에서는 아무리 좌뇌가 발달한 사람이라 해도 마음의 출렁임을 막을 수 없다. 멋진 티샷을 날려놓고 더 멋진 세컨드 샷과 버디 혹은 이글을 상상하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미스샷을 내고는 냉정을 잃고 미스 샷을 연발하고 끓어오르는 감정의 격량을 이기지 못해 라운드 전체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는 우뇌형에게 더 유리하다. 지난 홀의 미스 샷이나 굿 샷을 담아두지 않고 눈앞의 샷에 몰두하는 자세나, ‘지난 것은 지난 것,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하며 마음을 다잡는 자세, 라운드를 망치고 나서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하고 툴툴 털어버리는 자세는 우뇌형에게 잘 어울린다.
결국 유능한 골퍼는 좌우 뇌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