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까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380억원으로 지난해 말 2742억원 대비 약 60% 증가했다. 물류센터로 이용하던 군포공장을 매각한 대금이 올해 초 유입되면서 현금성 자산이 늘었다. 또 유한킴벌리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일부도 있다.
유한양행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연구시설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3일 성균관대학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산학융합 뇌질환 기술사업화(R&BD) 생태계 구축사업을 위한 3자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 7000평 규모의 CNS 연구센터 설립을 골자로 한다. 올해 하반기 건축 설계를 시작으로 2023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한다.
유한양행은 이보다 앞선 지난 7월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알레르기 질환 치료 후보물질 'GI-301'의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조4000억원으로, 해당 후보물질에 대해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화 권리를 획득했다.
에스티팜은 올해 3분기까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81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기준 128억원보다 119% 증가한 금액이다. 에스티팜은 대폭 늘어난 현금 유동성을 활용해 생산 시설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달 다국적제약사와 올리고 핵산 원료 생산설비 증설에 대한 공동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공동투자 기업 및 투자 비율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금액은 총 3000만 달러(한화 약 332억원)이며, 이는 자기 자본의 약 11%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공동 투자로 진행되는 만큼 비용적 부담을 덜 것으로 관측된다.
부광약품도 지난 8월 자회사 부광메디카를 매각하고 건강기능식품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올 3분기까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8% 증가한 액수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불필요한 생산시설 규모를 축소하고 R&D 투자 등 경영 확대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젤은 중국 진출을 앞두고 단기금융상품을 대거 현금으로 전환했다. 또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기업 올릭스의 주식 20만주를 102억원에 처분했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까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053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말 152억원 보다 20배 가량 증가한 액수다.
휴젤은 3공장 착공 및 시설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중국명 레티보)의 중국 진출을 대비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 투자다. 보툴렉스는 지난달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APA)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국산 보툴리눔 제제의 중국 첫 진출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의 실적이 코로나19 여파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선방했었다"며 "따라서 각 회사에서 주력 사업을 키우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