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 한 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쇼크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어느 때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익모델이 브로커리지보다는 기업금융(IB)이나 자산관리(WM) 분야로 이행해야 하는 만큼 내년부터는 잠시 위축됐던 이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인 2021년 경영계획 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불거졌음에도 증권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지난 3월 ‘패닉’ 수준의 주가폭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현재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의 호황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8곳(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대신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의 수탁수수료 수익 추이를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이 자세히 드러난다.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이 회사들은 수수료수익으로만 3조 2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결과다.
특히 이들은 국내주식에서 큰 수익을 냈다. 즉, 개인투자자들이 ‘열풍’ 수준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이 흐름이 고스란히 증권사들의 이익으로 연결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한 해 ‘동학개미’ ‘스마트개미’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정보력이 좋은 청년층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수익률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따라서 올해의 상황으로만 보면 투자자들과 증권사가 전부 ‘윈윈’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단, 증권사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올해 큰 성과가 나온 수수료수익은 장기적 측면에서는 비중을 줄여야 하는 부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수료수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브로커리지 부문보다는 IB나 WM쪽에 집중한다는 게 모든 증권사들의 생각일 것”이라면서 “올해 실적이야 운 좋게 나왔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수립해놓지 않으면 언제라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내년인 2021년에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IB 파트의 경우 사업특성상 해외출장이 잦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차질이 불가피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라도 ‘출국’할 수 있도록 채비를 해두는 증권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는 금융당국의 규제다. 최근 당국은 증권사들의 부동산투자 관련 규제수위를 높여서 IB파트에 대한 운신의 폭을 좁혀놓은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금융감독원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에 대해 ‘중소기업 지원보다 부동산 대출 쏠림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종투사로서 받은 인센티브에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현재 사업방향에 대한 ‘옐로카드’를 내민 셈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IB 분야를 찾기 위해 당분간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중점사업인 뉴딜펀드 등을 시야에 넣은 상태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는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