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철 변호사 |
과거의 낡은 이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사상의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소멸되어 퇴출되는 과정은 그 시대의 문화와 여러 요인들 및 현재의 상황에 따라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소멸되기까지 계속하여 그 낡은 이념을 유지하기 위한 잘못된 행동이 지속되므로 시간의 경과에만 맡기는 것은 우려되는 바가 많다.
영국의 근대 공화정 혁명기인 1649년에 처형된 찰스 1세가 성자임에도 무지한 대중에 의해 순교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하는 공화혁명을 비난하는 글에 대해서, 문필가 존 밀턴은 “우상파괴자”라는 제목으로 사라진 우상인 왕정체제를 비판하는 문헌을 남기었다. 혁명은 완결되고 과거를 지배하던 우상은 사라졌지만, 우상이 형성한 마음의 질서-사고의 프레임이 존속하는 한 과거의 행위는 반복된다. 낡은 사상이 사라지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낡은 이념은 오히려 선호되기도 한다. “대중들은 이 이데올로기가 철지났기 때문에, 현재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현실과 더 이상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채택한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가리는, 그리고 우선 스스로를 가리는 병풍이 된다”(자끄 엘륄, 정치적 착각). 그 이념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기에 그것으로 현실을 가릴 수 있다는 효용 때문에 그것은 존속되고 유행된다. 이데올로기는 그러한 면에서 종교의 역할을 한다.
▲ 헌법재판소 앞에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통합진보당 해산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낡은 사상이 계속하여 잔존하면서 고착되고 다음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사회와 같이 민족주의적 연고주의의 전통이 큰 사회에서 낡은 이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과거의 낡은 이념을 보유한 사람이 한 가족, 한 문중이라는 이유 때문에 쉽게 관용되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으로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되고, 연결된 네트워크가 개인화될 때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호와 취향에 공감하는 사람과 연대하고자 한다. 그러한 연결안에 안주함으로써 인터넷상에서 사유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될 때에 그것이야말로 강고한 정신의 게토를 형성한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소수의견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견고한 지속성을 가진다.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새로운 사유를 받아들여서 자신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기술의 시대는 정신의 게토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통진당 사건에서 보듯이 낡은 이념이 틀잡은 기반이 공식적인 법적인 조직인 정당일 경우에는 그것은 존립을 위한 방어적 태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낡은 이념의 실천을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게 되므로 그것이 스스로 소멸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항구적인 게토로서 존속하게 된다.
이데올로기가 형성한 게토를 철거하여야 한다. 그것은 현실을 사는 우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게토안에 갇혀서 바깥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갇힌 자들을 해방시키는 일이고 세상을 구분하는 담을 허무는 일이다.
게토를 철거한다는 것은 다음세대를 위한 것이다. 냉전시대를 살아간 베이비부머 세대의 두꺼운 인구층이 수명의 증가로 지속되어 가며, 젊은 세대의 결혼지연과 늦어지는 사회진출이라는 상황의 측면에서 볼 때에 냉전시대의 낡은 가치가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지속되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우리를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다음세대를 위해서 정치현장에서 낡은 이념의 고리를 끊어줄 결단이 필요한 때다. 자연히 소멸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 소요되고 너무나 큰 피해가 예상된다.
낡은 이념의 게토를 철거하자. /이인철 변호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