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억제를 위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의 발길이 고금리인 제2금융권으로 쏠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카드사들의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됐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이라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저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늘린 카드론의 건전성에 부실화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7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에서 신규 취급된 카드론 가운데 금리가 연 5% 이하인 금액 비중은 0.8%로 전월 0.4%에 비해 2배 늘었다.
2개월 전 0.1~0.3%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선 최대 8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금리 연 10% 이하 카드론 취급액 비중도 20.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론 잔액도 크게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3분기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0조69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조6523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7.1%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수요가 급증했다. 우리카드의 지난 10월 카드론 이용 고객 중 10% 미만 금리를 적용받는 회원이 32.66%에 달했다. 현대카드도 같은 기간 전체 카드론 고객의 31%가 10%미만 금리를 적용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융권 전반적으로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로 은행권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자 제2금융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 비해 저신용자 위주로 이뤄진 카드론의 연체율은 오히려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대출만기를 연장해주면서 시장유동 자금이 늘어 착시현상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올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전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초 6개월에 한정돼 지난 9월 끝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년 3월로 연장됐다.
올 상반기 기준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은 1.24%로 전년 동기 1.34%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전분기 대비로는 0.1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일부 카드사는 0%대로 연체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의 올 3분기 연체율은 각각 0.99%로 전년 동기보다 0.17%포인트, 0.41%포인트 하락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는 카드론만큼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 지표를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한 대응도 착실히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에 눈속임돼 우려스러운 카드사의 건전성 부실화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을 중심으로 한 가계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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