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독일의 경우 5년간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예산을 에너지전환 정책에 투입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전력 분야에서 석탄화력·천연가스 발전 의존도가 여전히 높을 뿐더러 전력망 구축 및 신규 풍력 발전 설비 설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 확대 등으로 초기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김만철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제11차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는 등 기후위기에 대한 협력의지를 선언했으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탄소중립에 대해 내세운 유일한 명분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이라며 "남들이 모두 장에 가는 모양이니, 탈원전으로 부서진 지게라도 지고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따라 나서서 장에 가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탄소중립은 고도의 미래 기술이 필요한 탄소포집과 인공 광합성 등 능동적 탄소 회수가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었고, 국민 부담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준신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태양광·풍력·수소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보급량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원재료-제조-운영-재활용-폐기 등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경우 기술개발·산업육성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생산기술 관련 지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한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선언하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을 배척하고 이 목표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경우 전력의 37%를 무탄소 전원으로 생산하고 있고, 이 중 54.8%가 원자력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 의회도 역내 전력량 가운데 상당한 비율이 원자력에 배정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중국이 목표를 원단위 삭감에서 2060 탄소중립으로 바꿀 수 있었던 배경에도 원전 건설 확대가 있고, 스가 일본 신임 총리도 2030년 원전 비중을 20~22%로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에 머물고 있고, 지리·환경적 여건 때문에 이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력발전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황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원전의 필요성이 절박한데 탈원전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발전원별 점유율/사진=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이와 관련해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중국은 2025년 대비 원자력 설비를 5배 늘리는 등 2060년 1차에너지 공급 중 19%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으로, 미국과 영국도 소형 모듈화 원전 등 경제성·안전성을 높인 원자력 확대에 적극적"이라고 부연했다.
주 교수는 "우리 원자력의 낮은 단가를 활용하면 수소도 경제성 있게 생산할 수 있다"면서 "최근 발표된 국제 에너지기구(IEA) 세계 발전단가 전망에 근거하면 국내 신규 원전의 경우 전기분해 수소생산에 1kg당 2.6달러, 계속 운전시 1.7달러로 만들 수 있어 태양광이나 해상풍력 전기분해(9달러) 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태양광 건설비가 하락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답보세를 보이고 있을 뿐더러 중국 제품에 시장을 뺏기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태양광 패널 제조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으로 볼 때 태양광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저비용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한편,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원별 전력 생산량은 석탄이 36.4%로 가장 많았고, 천연가스가 23.3%로 뒤를 이었다. 수력과 원자력은 각각 15.6%·10.4%,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5.3%·2.7%로 집계됐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