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17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지표를 지켜보면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인내를 갖고 기다린다(Be patient)"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이는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이전 통화정책과 일치한다고 제시했다.
▲ ▲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19일 취임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년부터 단기금리가 인상되리라고 시사했다./뉴시스 |
미 FOMC의 이같은 결정에 시장과 신흥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이는 바로 증시에 호재로 반영됐다. 국제유가 하락에서 발단된 러시아 루블화의 폭락은 신흥국들에게 충격을 가했다. 러시아 당국은 연이은 깜짝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루블하 절하와 인플레이션 압력의 필사적인 방어의지를 보여준 결단이었다.
신흥국은 국제유가와 대외 변동성에 의한 통화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카드 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사정에 불안감은 신흥국들을 덮쳤으며 점차 타 국가들로 점진적으로 확산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미 FOMC에서도 신흥국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상승세를 견인했던 미국인 만큼 금리인상은 신흥국들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인위적이던, 타의던지 미국이 더 회복해야 세계경제를 이끌수 있는데 신흥국 때문에 더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고 판단했다면 금리인상으로 통화불안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금리인상을 내년 7월 이후나 내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옐런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향후 개최 예정된 두 차례(1, 3월) 회의에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유연성 확보, 지금이 절호의 기회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있어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초께 단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적게는 7개월, 많게는 1년 안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칠 때 정부는 "우리는 아직까지 마지막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며 양적완화는 없지만 금리인하로 경기를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할 경우 우리나라도 금리인상 행보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경기 상황을 곱씹어보자. 부동산정책의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하는데 이는 소비침체를 나락으로 깊게 떨어뜨릴 수 있다. 돈을 풀어 제끼지 않는 이상 금리 외 달리 방도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고려할 시기가 다가왔다.
현행 기준금리는 연 2.0%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동결기조를 이어갔다.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기간 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5%로 50bp이상 대폭 낮췄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도할 경우 우리가 2.0%에서 올리는 것보다 1.5%에서 인상하는게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정도의 충격이 약할 것이다. 우리 금리가 높았을 때 금리를 안내린 것이 회복하는 단계에서 도움이 됐던 것처럼 지금 기준금리를 낮춰야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금리정책에 대한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미국은 향후 인플레이션 향방이 통화정책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떨어지면서 가솔린 가격이 지난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저하됐다. 수입물가에 3개월 선행하는 달러화 가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낮아지고 있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은 금리인상 논의에서 고용보다는 물가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정책에 따라 우리의 경우 금리 폭이 매번 올라간 경험 상 가계부채 걱정만큼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책의 유연성을 고려한다면 어차피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고 민간소비 위축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절호의 기회는 지금이라는 말이다.
서 연구위원은 "우리가 돈을 풀 것도 아니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금리정책 밖에 없다"며 "가계부채도 높은 상황에서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가 금리를 올려 민간부분에서 이자부담을 느끼는 것하고 대폭 인하된 상황에서 25bp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자부담은 같을 수 있지만 소비측면에서 긍정적인 심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위축은 심리적인 영향이 작용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혁신 3개년 방안을 내놓으면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인용했다. 세월호 사태를 생각하자.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판단에 민간부분에서 긴축 기조를 고수한 바 있다. 이런 심리를 사전에 단절시킬 수 있는 정책적 유연성을 가져가려고 하면 통화정책을 어떻게 고민해야 할 지 판단해야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내년 중반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이 태풍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그때가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다"며 "금리를 내리려면 연초에 빨리 내린 후 내년 중반부터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