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배민) 인수에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건을 달아 승인, '사실상 불허했다는 평이 나온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국내 1위 사업자인 배민과 2위 사업자인 요기요를 합친 '공룡 배달앱'이 탄생하면, 시장 경쟁을 막아 소비자와 음식점 등의 손해가 우려되는 만큼,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DH 측은 요기요를 매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미디어펜]
공정위는 DH의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지분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DH 자회사인 요기요 소유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을 6개월 내 전부 매각을 요구했다고, 28일 밝혔다.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청했는데, 당시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 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DH가 DHK 지분 100%를 6개월 내 제3자에 매각하는 조건을 달아,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는 팔아, 국내 배달앱 '2강 경쟁 구도'는 유지하라는 의미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매각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또 DH가 DHK 지분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요기요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라는 명령도 내렸는데, 요기요를 다른 배달앱과 합쳐선 안 되고 전환·유인 등을 시도해서도 안 되며, 배달앱 연결과 화면 구성 등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을 변경할 수 없고 소비자 프로모션 금액도 매달 1년 전과 동일하게 투입해야 하며 배달원 근무 조건도 예전보다 불리하게 설정하거나, 음식점과 소비자 등과 관련해 그간 쌓은 데이터(정보자산)를 옮기거나 공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DH는 이런 공정위의 방침에 반발해 이의 제기를 예고했으나, 지난 23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원들은 사무처의 손을 들어줬다.
경쟁당국이 합병 승인 조건으로 특정 사업 부문을 매각하라는 건,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이런 강력한 조건을 내건 이유는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1년간 배달앱 회사 할인쿠폰 실험 자료, 음식점별 매출액·수수료 자료, 설문조사, 외부 시장연구보고서 등을 활용해 각종 경제분석을 진행, 두 회사 간 경쟁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 음식점, 배달원 등 배달앱 관련 이해관계자의 손해를 막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관련 시장을 직접 전화주문, 프랜차이즈 음식점 앱, 인터넷 검색서비스 등과는 다른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했다.
그 결과 우아한형제들(배민)과 DH(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의 점유율 합계는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99.2%로 '독점적 1위'다.
두 회사 결합시 경쟁 제한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다른 배달앱의 경쟁 압력도 크지 않다고 봤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쿠팡이츠가 '1주문 1배달'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으나, 배민·요기요가 주문중개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서비스를 수도권 외 지방에서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가 신규 진입을 하더라도 소비자와 음식점 확보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 가까운 시일 안에 충분한 경쟁 압력이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와 음식점 등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두 회사가 합쳐 할인 프로모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대상 쿠폰 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점유율과 쿠폰 할인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 업체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문 건당 쿠폰 할인을 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음식점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배민과 요기요에서 올리고 있어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음식점의 배달앱 이탈율은 1% 미만일 것이라고 분석, 두 회사가 합친 후 수수료를 올려도 음식점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두 회사가 쌓아온 '빅데이터'로 이용자 주문 행태를 분석해 '맞춤형 고효율 마케팅을 할 경우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배달앱 뿐 아니라 음식 배달대행 시장, 공유주방 시장에도 두 회사의 결합으로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배달앱 노출 순위를 조정하거나 프로모션에 차등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자체 배달 모델을 확대하거나, 자사 공유주방 입점 음식점을 우대하면 다른 업체가 배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배민이 진출 중인 공유주방 시장에 이번 결합이 없었을 경우 DH가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잠재적 경쟁이 저해됐을 수 있다고도 봤다.
조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복합적으로 미치는 다면적인 경쟁제한적 우려는 해소하면서도, 회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 DHK측은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정확한 현황 파악 및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며, 모든 과정에서 최대한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직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일 본사는 28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통해 "DH는 2021년 1분기에 (공정위로부터) 최종 서면 통보를 받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