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대기업 간부의 '라면상무' 사건으로 도를 넘은 '갑질'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 항공사의 부사장이 지위에 의한 '월권 남용'으로 연말을 시끄럽게 달궜다.
일명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얘기다.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여겨지는 아시아나 항공은 이 소식에 슬몃 웃음을 보이지 않았을까 예상됐지만 그들에게도 마냥 웃음지을수 만은 없던 한해였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행정지 45일이라는 행정처분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땅콩회항·운항정지 몸살 앓는 항공업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행동과 발언 하나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앞다퉈 주요기사로 다루며 세계적인 항공사로 이름난 대한항공의 명성에 금이 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전 12시50분께 미국 뉴욕 제이에프케이(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케이이(KE)086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 갑자기 탑승구로 돌아가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했다.
▲ 땅콩회항 논란과 관련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종식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
소동의 원인은 기내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게 봉지째 견과류를 건넸기 때문이다.
당시 조현아 부사장은“승객의 의향을 묻고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야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며 승무원을 혼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폭언·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만 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승무원과 탑승객 진술을 통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고성과 폭언을 한 사실을 확인,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한항공이 항공법에 의한 운항규정 위반 등으로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한항공 뉴욕-인천 노선은 400석 규모의 A380이 하루 두 번 운항하며 1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일 운항정지라면 250억원, 31일이라면 370억원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와 관련해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 정지 45일 처분을 받았다.
▲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호재에 발맞춰 아시아나항공이 운항정지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A380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
당시 이 사고로 아시아나항공 B777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중 3명이 숨지고 187명(중상 49명·경상 138명)이 다쳤다.
현행 항공법상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경우 운항정지 90일에 해당되나 국토부는 사고당시 승무원들의 헌신적 대처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점 등을 고려해 50%를 감경했다.
국제유가 하락, '성수기' 효과 누릴 수 있을까?
항공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국제유가 하락에 발맞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업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대한항공은 내년 기재 도입 등에 약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규모로 대한항공은 올 초 A380 2대, A330 3대 등 총 7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하는 등 총 1조896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5년만에 채권단 관리를 벗어나 자율협약을 졸업하면서 내년부터 새로운 출발을 앞두게 됐다.
아시아나는 지난 5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은행단으로부터 자율협약 졸업을 승인받았다.
특히 내년 중으로 인천과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잇는 신규 노선 취항을 구상중이며 A380 2대, A321 2대 등 4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한다.
그러나 두 업체의 성수기 흐름의 탑승은 운항정지 등의 타격으로 인한 이미지 쇄신에 있다.
특히 대한한공의 경우 이번 사건으로 연일 주가가 하락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등을 노리기 위한 대대적인 경영개혁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