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민규 기자]21대 국회 들어서서 논란을 일으킨 여야 국회의원 6명이 잇따라 '탈당'을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아예 '관행'으로 굳혀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원이 탈당한 뒤 당 지도부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이 지난 7일 탈당했다.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성 추문으로 비롯된 문제는 당에 부담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지도부에서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앞서 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김 의원이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인 2018년 10월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실 인턴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목격담을 제보받았다고 방송했다.
방송 직후 김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즉시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다음날 당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김 의원에 대한 의혹을 검토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예고했으나 회의에 앞서 김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지도부 차원에서 의혹을 검증할 명분이 없어졌다.
현재까지 21대 국회의원의 제명·탈당 등으로 당적을 이탈한 의원은 6명이다. 이들은 여전히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으로 한 달가량 논란을 빚은 끝에 탈당한 박덕흠 의원,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돈을 주려는 듯한 아버지의 발언까지 보도돼 논란에 휩싸였던 전봉민 의원이 탈당을 택했다.
여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논란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은 '선당후사'를 운운하며 탈당했다.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산 김홍걸 의원과 부동산 명의신탁 문제가 제기된 양정숙 의원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됐다.
21대 국회 들어서서 다양한 의혹으로 탈당한 국회의원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전봉민 의원, 민주당 이상직, 김홍걸, 양정숙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공천 과정에서 당은 이들의 해당 행위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의들의 무책임한 '탈당'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공천 부분에서 사전에 검증을 잘해야 하고, 문제가 밝혀졌을 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정리를 잘해줘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외부인을 임명해서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 없도록 심사해서 징계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일단은 당의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하는 것이고, 본인이 해결하는 측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야당 여당 모두 문제가 있는데 국민들이 앞으로 선출 과정에서 더욱 심도 있게 바라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인물들을 공천한 정당들도 책임에 대해 분명한 조처를 하는 떳떳한 자세를 보여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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