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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과 연봉조정 신청까지 간 kt, '형평성' 언급은 삼가야 했다

2021-01-12 11:22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kt 위즈 불펜투수 주권(26)이 연봉조정 신청을 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도 식어가며 조용하던 이번 스토브리그에 뜨거운 화젯거리가 하나 등장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11일 연봉조정 신청을 마감한 결과 주권이 유일하게 접수를 했다. 주권은 올해 연봉으로 2억5000만원을 요구했고, kt 구단은 2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양 측은 3000만원의 격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연봉조정을 받게 됐다.

2012년 이대형(당시 LG 트윈스) 이후 9년 만에 나온 연봉조정 신청이다 보니, 야구계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봉조정위원회까지 간 이전 20차례 사례에서 선수쪽 요구대로 조정이 된 경우가 2002년 류지현(당시 LG 트윈스)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권이 확률 5%(1대19)를 극복하고 원하던 연봉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사진=kt 위즈



지난해 연봉 1억5000만원이었던 주권의 올해 연봉이 얼마나 돼야 적절한 지는 사실 정답이 없다. 주권은 2020시즌 kt 불펜의 중심 역할을 하며 77경기에 나서 70이닝을 던졌고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을 냈다. 타이틀왕을 차지했고, kt가 정규시즌 2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주권은 분명 큰 역할을 했다.

1억원은 인상돼야 한다는 주권의 주장이나, 7000만원 인상이면 된다는 kt 측 주장이나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주권의 연봉조정 신청이 알려진 후 kt 구단 측이 내놓은 설명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숭용 kt 단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첫 제시액이 2억2000만원"이었다고 밝혔으며, "지금은 다 시스템화가 되어 있다. (선수 기록 등을) 넣으면 자동으로 책정이 되어 나온다. 형평성, 투명성과 연관이 있다. 다른 선수는 그렇게 하면서, 주권만 특별히 올려줄 수가 없었다. 그러면 기존 선수들과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고 구단의 연봉 산정 과정을 설명했다.

구단의 설명이 납득은 가지만 '형평성'을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단장의 말대로라면, 이번에 연봉 협상을 한 kt 선수들은 구단이 시스템으로 정해 통보한 연봉을 주권 외에는 100%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선수 측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연봉조정위원회까지 가서 누구 한 쪽의 손을 들어줬을 때 후유증은 없을까.

만약 조정위원회가 kt 구단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앞으로 kt 선수들은 연봉 계약을 위해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구단이 책정한 연봉은 '절대적'이 된다. 이 단장이 밝혔듯 구단이 주권에게 처음 제시한 연봉 2억2000만원은 요지부동이었고,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앞으로 kt 선수들이 연봉 협상을 하면서 조금 더 인상해달라고 요구할 때는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구단이 받아들일 리 없다.

만약 조정위원회가 주권의 손을 들어줄 경우, kt 구단의 연봉 산정 시스템에는 하자가 있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앞으로 kt 구단이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할 때, 구단 제시액에 불만이 있는 선수들은 주권의 승리 사례를 예로 들며 구단의 연봉 산정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주권은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름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활약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이 달랐다. 구단은 지난해 성적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연봉조정 신청을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주권의 말처럼 연봉 협상이라는 것이, 구단과 선수 양측의 의견이 늘 같을 수는 없다. 구단은 나름 합리적인 연봉 책정을 위해 고심할 것이고, 선수는 프로인 이상 자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으로 인정받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협상에서는 '밀고 당기기'가 흔히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협상의 묘미(?)를 '형평성'이라는 말로 잘라버리면 '밀당'은 있을 수 없다. kt는 이왕 연봉조정 신청까지 간 상황에서 굳이 '형평성'을 거론하며 구단의 패를 다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후유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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