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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사면, 이젠 청와대가 결단해야 할 때

2014-12-25 11:04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해 내년 설(2월 19일) 연휴나 3·1절에 경제인을 가석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면복권과는 달리 가석방은 형법에 규정된 법적·행정적 절차라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

청와대에서는 아는 바 없다며 다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정권들의 사면권 남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번 첫 특사를 결정했을 때에도 대기업 기업가나 중견정치인들은 제외하고 ‘민생사면’만을 단행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에 관하여 “경제인에게 특별한 특혜가 없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석방을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춘 기업인을 차별적으로 제외해서 안 된다”고 밝히면서, 기업인 가석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또한 “경제 위기 극복 해법 중 하나로 기업인의 사면 혹은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역적으로도 각계각층에서 기업인들의 사면 혹은 가석방을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유가 파동으로 SK에너지를 비롯한 울산지역 석유화학 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김기현 울산시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복귀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울산 상공계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복귀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최근 벌어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파문으로 인해 재벌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었고 부정적인 여론이 대기업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이를 불문하고 정치권 및 지역에서 기업인 가석방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에 기인한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에 기업인들의 가석방을 건의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일 "그 동안 언론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여러차례 했고 그 뜻이 청와대에 어떤 식으로든 전달되지 않았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기업인 가석방에 역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뉴시스
2014년 초,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재빠른 투자 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가의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례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점이다. 김승연 회장이 경영복귀를 선언한 이후 한화그룹은 공격적 투자의 일환으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인수하는 1997년 IMF 사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1조9000억원)을 성사시켰다.

한화의 긍정적인 사례와는 반대로 오너의 부재에 따른 부정적인 사례 또한, 한국 대기업의 투자결정과 경영 능력에 있어서 오너십 부재가 미치는 악영향을 잘 보여준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CJ그룹 9개 상장사의 투자 규모는 정체되어 있으며, 영업이익은 1200억 원(13% 하락)이 줄었다. CJ 계열사가 2014년에 중단 혹은 보류한 투자 규모는 4800억 원으로 기존 투자규모의 37%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이 2년째 수감되어 있는 SK그룹 또한 투자가 급전직하했다. 2011년 6조 원을 상회했던 SK그룹의 투자 규모는 최 회장 구속 이후 2년이 지난 2013년에 4조9283억 원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STX에너지와 ADT캡스의 인수합병(M&A)도 중단된 상태이다.

현재 기업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 대기업일수록 더하다. 일반인들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 등을 검토하는 것이 관행인데, 기업인이라고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사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것이 법정에서의 일반적인 모습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재계의 현실은 유전유죄를 넘어서서 유전중죄(有錢重罪)로 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미 등 몇몇 선진국가에서 일어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쥬 사례를 들어가며 대기업 총수에 대한 갑론을박을 펼치며 기업가를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이 또한 대한민국 경제에서 기업들이 감당하고 있는 조세의 비중과 고용인원, 연간 사회공헌 활동 및 금액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처사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자원봉사 활동의 재원과 역량에 있어서 이미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재계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일반인과 동일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기 만을 바란다. 그런데 고무줄 잣대나 다름없는 배임죄 문제는 언제나 대기업 중견기업 오너들의 발목을 붙잡는 양날의 검이다. 경영행위와 관련해서 기소 혹은 유죄 판결을 때리는 명목은 대부분 배임죄이며 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기준으로 형을 내리고 있다. 검찰과 사법부는 기업인을 단죄하는 손쉬운 잣대로 배임죄를 남발했다. 배임죄는 임무를 배신했다는 뜻으로 가치판단, 윤리적 문제에 속한다. 문제가 되면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면 된다.

가장 모순인 것은, 재벌 총수 및 CEO가 기업 자산을 싸게 팔아도 혹은 반대로 비싸게 팔아도 배임죄로 걸린다는 점이다.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살려낸다고 하더라도 뒤늦게 배임죄 처벌을 받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얘기다.

기업인들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일반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사안도 기업인이라면 법정에서 엄벌주의로 다뤄진다. 이 나라는 진정 사농공상의 나라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 상(商)이 나라의 풍요를 좌우하는 “경제 only”의 시대이다. 법정에서 엄하게 그것도 불공정하게 다뤄질 만큼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악랄한 존재인가. 아니다. 기업가들은 수십 수백만 명의 근로자와, 수천 개 계열사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경영성과와 이윤을 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장사꾼들일 뿐이다. 다만 그들의 장사 규모가 클 뿐이다.

이제는 청와대에서 특별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기업인들을 공정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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