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7일 종료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대해 정부가 또 연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하는 고무줄 방역 기준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6일 새로운 거리두기 조정안을 밝힌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현행 조치는 전달 초부터 6주째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또 연장할 경우 8주 연속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구정 연휴를 감안해 소위 '특별방역기간'을 2월 초에 재차 연장한다면 10주 연속이다.
2020년 12월 9일 서울 강남역 대로변 커피빈 매장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영업시간 조정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사진=미디어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4일 백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거리두기, 5인 이상 모임 관련 조치가 핵심 사항"이라며 "지금 바로 풀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반장은 "확진자 수가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거리두기 조절이 필요하다"며 "거리두기를 급격히 풀면 다시 환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감안해 단계 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헬스장·커피숍 등 형평성 논란이 일어난 곳에 대해 일부 완화 가능성을 밝혔다. 하지만 하루에도 어디서나 수십번씩 5명 이상의 사람들이 밀집해 모이는 엘리베이터나 전철 칸 등 여러 집합공간에 대해서는 일절 해명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2.5단계나 2단계 수준에서의 모임 규제, 5인 이상 집합금지의 세부 기준 자체가 단속 등 행정상 편의에 따를 뿐 정확한 근거 없는 비과학적인 조치라는 점이다.
지난 몇 달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제멋대로 방역 기준은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다.
단적인 예로 5인 이상 사적모임은 안되지만 5인 이상 공적모임은 된다. 사적모임 인원은 4명 이하로 모일 수 있지만 주민등록등본 상에 함께 기재된 가족들의 경우 5명 이상 무방하다.
결혼식·장례식 모임은 50명 미만으로 허용하지만, 돌잔치·송년회·신년회는 일절 열 수 없다. 서울의 경우 장례식을 30명 미만으로 더욱 제한한다. 종교활동은 20명 이내 참여로 가능하지만, 모임·식사는 금지된다.
먹고 마시는 일상활동에서도 고무줄 기준은 여전하다. 커피 등 티타임을 즐기는 카페에서 실내에 있는 것은 안되지만, 여러 명이서 얘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식당은 괜찮다. 그런데 그러한 식당도 오후 9시면 문을 닫거나, 그 이후부터는 포장주문이나 배달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모임의 목적을 구분하느냐, 인원 수에 따라 다르게 전파되느냐, 시간을 가리느냐 여부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특정 인원을 가리지 않는다. 개인의 마스크 착용 여부 및 해당 공간의 밀폐·밀집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마스크 의무화 외에 일상적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전철 칸이나 엘리베이터 내에 대해 인원 제한을 한 적이 없다.
정부의 방역 기준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없는 비과학적 판단인 셈이다.
2020년 12월 16일 서울 중구 파고다공원에 위치한 선별 진료소 앞에서 코로나 판정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띄엄띄엄 서서 기다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감염내과 과장인 김 모 교수는 15일 본보 취재에 "바이러스라는 질병의 감염 방식이 아니라 정부 행정 절차에 기준을 둔 것"이라며 "의학 시각에서 보면 말이 안되는 강제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전파 조건은 어디든 동일하다. 실내에서 밀폐-밀집된 곳이면 취약하다"며 "바이러스는 행사나 모임의 목적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모임이든 그것이 청와대든 시골 어디 식당이나 도심 커피숍이든 간에 정부 기준을 그대로 따른다면 4명 이하만 모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내부나 지하철 차량도 마찬가지"라며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말이 안되는 것은, 출퇴근길 전철이 얼마나 빽빽하게 들어차고 대형병원이나 오피스빌딩의 엘리베이터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콩나물 시루로 운영되는지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밤 9시 이후 식당 이용 금지와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 조치를 당분간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오는 16일 거리두기 연장의 이유와 일부 조정하는 사안에 대해 어떻게 해명하고 밝힐지 주목된다.